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be Nov 02. 2019

오늘 밤 어쩔 수 없기 거기에 가야 돼. 조심할

 아내는 내가 유흥업소에 가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유흥 업소에 가서 어디까지 가는지도 알고 있다. 내가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8년 전 중국에 출장을 갔다. 당시 지인인 형님의 요청으로 작은 무역회사에서 해외 영업 일을 몇 달간 맡아주었는데 중국으로 출장을 가서 고객의 공장 방문을 대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고객은 독일 업체의 외국 바이어였는데 공장 방문이 끝나고 고객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게 됐다. 회사의 대표였던 지인은 고객의 환심을 얻기 위해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고객에게 2차로 유흥 업소에 갈 것을 제안했다.

 

 지인인 형님에게 2차 까기 갈 것 있냐고 저녁만 하고 마무리 짓자고 제안했지만 한 번 고객을 대접하려면 아쉽지 않게 풍성하게 대접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이라며 계속해서 2차를 제안했다.

(당시 지인인 형님과 일을 하면서 고객을 접대할 때마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유흥업소로 2~3차를 가는 것이 루틴이었다.) 


 당시 지인은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도 있었지고 지인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지만 유흥 업소에 가서 접대 여성들과 은밀한 곳까지 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인의 비즈니스 마인드에는 남자들은 비즈니스를  위해서 유흥 업소에 가는 것을 아내들은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당연하게 생각했다.


 굳이 뭐라고 반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도 지인의 아내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지인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이 접대 여성들과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것에 대해서 알면 정말 이해를 해줄까? 아니면 상처를 받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는 것일까? 하는 궁금중이 들기도 했다.  


 고객은 꺼려했지만 지인의 끈질긴 사정으로 2 차로 중국의 대표적 유흥 업소인 KTV를 방문했다. KTV는 우리나라의 가라오케와 비슷한 형태의 유흥 업소인데 최소 30평 이상의 큰 룸에 가라오케 TV가 있고 술을 접대하는 여성들을 방으로 불러 남자 고객들이 취향에 맞는 여자를 선택하여 자신들의 옆에 동석시킨 후 가라오케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시스템이다. 


 여성과 동석후 서로 간의 스킨십이 있기도 하며 그 이상의 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돈을 추가로 지불하고 3 차로 접대 여성과 호텔로 가서 은밀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룸에는 30여 명의 중국인 여성들이 들어왔고 고객과 나와 지인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여성을 한 명씩 선택했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이성적으로 꺼려 하지만 역시 남자의 본능은 거부할 수 없었다. 내 취향에 맞는 예쁜 여성을 선택하고 2시간 내내 대화를 나눴다. 


 지인인 형님은 좋은 기회이니까 접대 여성과 손도 잡고 스킨십도 하라고 권했지만 꺼림칙했다.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접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려한다. 그래서 접대 여성이 옆에 붙어 있으면 10~20 cm의 거리를 두며 존댓말을 사용하며 서로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만 하는 편이다. 아무리 돈을 주고 사람을 불렀지만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신체를 내가 마음대로 만지고 하는 것은 인간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지인은 고객들에게 3 차까지 갈 것을 권했고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3 차까지 가야만 했다. 3차까지 가기 싫었지만 나 혼자만 거부를 한다면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았고 또한 지인의 눈치를 받는 게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중국인 접대 여성과 3차를 위해서 밖으로  나와 내가 숙박하는 호텔로 향하는 척했다. 그리고 곧바로 24시간 맥도널드 햄버거 집을 찾아가서 감자튀김과 콜라를 시켜 중국인 접대 여성과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웠다.

 

 당시 한 창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원어민과 회화 수업료로 1시간 동안 3~4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었다. 그런데 본토 중국인과 그것도 예쁜 여성과 공짜로 중국어 회화 연습을 하는 것은 황홀하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우리 둘은 서로 테이블을 두고 얼굴을 맞대며 일상의 이야기를 했고 헤어졌다. 중국인 여성은 나에게 오늘 밤 이렇게 자기를 대접해줘서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돌아갔다. 


 비즈니스를 하는 남자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유흥 없소를 가는 경우가 있고 또한 자발적으로 유흥 업소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아는 고객 중에 해외 출장이 잦은 고객이 있는데 해외 출장을 가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그런 곳으로 제일 먼저 찾아간다고 한다. 


 출장이나 고객을 접대할 때 유흥 업소 출입을 눈치채는 아내는 내가 한 번 출장을 갔다 오면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이것저것을 캐물으며 비아냥 거리곤 했다.

"고객과 접대할 때 어디까지 갔어?"

"혹시 언니들도 불러서 손도 잡고 스킨십도 했어?"

"어리고 예쁜 언니들하고 노니까 좋아?"


 아내에게 의심을 받는 것도 싫었고 아내에게 괘난 불신감을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아내에게 솔직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업무 관계로 고객 접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유흥 업소에 출입을 하게 되면 아내에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전 사후 보고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사장이 그런 곳에 같이 가자고 하는데 그냥 갔다만 올게."

"고객 접대를 하고 3차까지 가는 분위기였는데 3 차까지 가는 척하다 접대 여성은 집으로 보내고 헤어졌어."

"접대하던 여성 분이 손을 내밀 길래 그냥 손만 잡았어."


 아내는 나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남자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의 눈치나 고객의 접대상 어쩔 수 없이 유흥 업소에 가게 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넓은 마음 혹은 좁은 마음으로 이해해준다. 물론 이해한다는 조건은 상식적인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전제 조건이며 상식적인 선은 아내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어쨌든 이런 상황을 이해해 준다는 것만으로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의심받을 것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고 감춰도 좋다. 그리고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내와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 간에 비밀은 없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상대에게 숨길 것을 간직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서 100% 믿지 못한다는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것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신의 정도는 커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꺼내기 어렵지만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면 나도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해지지 않고 익숙해진다. 마치 미용실이나 커피숍을 갔다 온다고 말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심각한 이야기지만 자주 하면 재미있는 가십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흥업소를 가고 그곳에서 여성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거나 아내에게 별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끔 나는 이런 농담도 한다. 

 "솔직히 나도 접대 여성과 있는 게 싫지만 가끔씩 유혹을 받아서 선을 넘어가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런데 당신이나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고 있어. 그런데 만약 내가 절제를 못해서 선을 넘으면 한 번은 이해해줘."


그러면 아내는 이렇게 받아 치곤 한다. 

"나한테만 들키지 않게 해. 그러면 이해해 줄게. 그런데 들키면 위자료 청구하고 이혼할 거야."


 나만 입을 열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을 수 있지만 선을 넘고도 아내가 상처 입지 않도록 말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인지 아내의 본심이 궁금하긴 하다.  


이전 08화 할 말이 없어도 부부간 매일 대화를 해야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