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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Aug 04. 2019

아이가 있어서 얼어붙은 나에게도 사랑이 생겼다.

난 여기서 낯 간지러운 사랑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사랑은 흔한 단어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그다지 흔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바른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웃을 사랑하기는 어렵고 불편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 친척, 직장 동료, 이웃, 동네 편의점 직원, 버스 운전사, 식당 주인, 음식 배달원, 경비 아씨, 종이 줍는 할머니, 길가에서 바둑 두는 할아버지,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와 만나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인생을 살면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만남을 갖지만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된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한다. 가끔씩 상대를 대하다 상대가 어려운 상황에 빠질 때면 상대에 대해 잠시나마 공감과 동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니다. 


  혈연적으로 가깝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의무 사항도 아니다. 나와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수고와 희생도 수반된다. 


 매일매일이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더운 여름 땡 볕 아래서 태양 열에 가열된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가는 남자가 땅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야 될 때의 망설임처럼 필요하긴 하지만 하지 않아도 돼야 하는 행위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서 타인의 삶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사랑의 행위에 대해서 무감각하지만 예외가 되는 대상이 출현하기도 한다. 바로 자녀다. 자녀에 대해서는 누가 강요하지 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사랑을 하게 되고 언제라도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을 각오까지 되어 있다.


 어른이 돼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으면서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연인과 사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흔하디 흔한 세상의 일이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사람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다.


 자라면서 사랑에 대해 무감각하게 살아가다 아이를 낳으면서 비로소 세상 사람을 생각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악덕 상사 밑에서 하루하루를 고된 인격 모욕과 무시를 당하면서 보내고 고객으로부터 갑질을 당하지만 자리를 지키기 위해 웃으면서 고객에 고개를 조아리며 힘듦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자녀에 대한 사랑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뜨거운 땡 볕 아래서 내 몸이 땀범벅이 돼도 나는 어떻게 되는 상관하지 않고 아이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아이를 너무 불편하게 할 것 같아서 아이에게 열심히 부채질을 해 준다.


 아이를 낳고 양육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며 아이는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람으로써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아이의 아이에게 행한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어 얼음 같은 이 세상에 여전히 온기를 남기는 불씨가 된다.  


 세상에는 불합리한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세상을 위협하지만 사랑을 받은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사랑을 후세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여전히 세상은 건재한다.


 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가고 주변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나는 나대로의 목적을 추구하며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노년이 되면 죽음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대한 아무 소망 없이 그냥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 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나타난 이후로 나만을 위해서 살아갈 수는 없게 되었다. 아이가 사는 세상이 더 공정해지고 따뜻해지도록 행복해지도록 바라고 그런 세상을 위해서 정치에도 관심을 갖고 사회의 부조리에도 관심을 갖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고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나의 사소한 못된 행동에도 조심을 한다. 운전을 하면서 상대 운전자들에게 화가 나도 운전자의 아이를 보고 나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지고 아이를 기르는 편의점 주인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보기 싫은 동료가 아이와 같이 있는 카톡의 사진을 보면서 동료를 이해하기도 한다. 아이의 친구들에 대한 관심도 갖고 아이의 친구들도 아이와 더불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아이로 인해 사랑을 베풀고 아이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났기 때문에 아이가 있음에 감사한다. 아이는 신이 인간 어른들이 사랑을 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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