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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Sep 18. 2019

할 말이 없어도 부부간 매일 대화를 해야하는 이유

 

 아이를 낳기 전 우리 부부는 휴일이 되면 경기도 양평이나 가평으로 드라이브를 가서 맛집에 들려 식사를 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려 차를 마시곤 했다. 그런 곳에 가면 우리처럼 결혼한 부부들이나 결혼 전의 연인들이 많이 보였고 그중에는 불륜이라고 추측되는 연인들도 간혹 보였다.

 

 남자가 나이가 많고 여자는 젊은데 아이는 없다. 부녀 관계라고 보기에는 나이 차가 많아 보이고 특히 서로 다정 다감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불륜이라고 추측을 했다.


 텔레비전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년의 연예인이 나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들은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할 때 서로 말없이 음식만 먹고 대화를 하지 않아요. 하지만 불륜을 즐기는 연인들은 다정 다감한 모습으로 대화가 끊이지 않아요. 그래서 남녀 사이를 보면 불륜인지 아닌지 쉽게 구분할 수 있죠."


 대화는 상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표현 방식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상대가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랑하면 대화가 많아진다. 대화의 주제는 상관없다. 뻔한 일상 소재라도 부부의 대화는 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해준다.


 연애 때나 신혼 초에는 서로 말 많지만 아이를 기르고 더구나 맞벌이를 지속하다 보니 퇴근 후 집에 오면 급격하게 피곤이 몰려와 말없이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에만 집중하고 싶기도 하지만 서로 말하지 않는데 익숙해지다 보면 서서히 침묵에 익숙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면 나도 언젠가 주변의 몇몇 남자들처럼 아내의 단점을 비아냥 거리거나 아내가 잠깐이라도 집을 비우길 바라고 결혼한 걸 후회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는 남자들처럼 변할 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가끔씩 아내한테 화가 나서 일부러 말을 걸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빼고 아내와 식사를 하거나 단 둘이 같이 있을 때는 항상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부가 나이 들면서 서로 말 수가 적어지고 서로 웬수가 되어가는 모습들이 내가 보아온 일반적인 부부의 늙어가는 모습이다. 텔레비전의 드라마나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정하게 늙어가는 부부들보다는 웬수가 되어가는 부부들의 모습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서로 웬수가 될 거라면 굳이 결혼까지 하면서 부부 코스프레를 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 웬수가 되어 가는 것이 전형적인 부부들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나는 굳이 결혼까지 하면서 이런 재미없는 삶을 선택하는 선배들의 길을 걷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항상 아내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어쨌든 서로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상대가 얼마나 힘든지도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 또한 부모가 다정 다감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 결혼을 꿈꾸게 되고 자신의 배우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배울 수 있게 된다.


 서로 사랑하고 관심이 많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주제든 상관없으니 아내에게나 남편에게나 말을 걸면 된다. 그리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해주면 된다. 만약 서로 침묵이 습관화되어 가는 징조를 발견한다면 무조건 아무 주제로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회사에서 왕따 당하는 상사 이야기, 운전 중 사고를 낸 아줌마 이야기, 두 다리를 걸치다 들통 난 연예인 이야기, 반찬집의 소금 많이 들어간 계란말이 이야기, 어린이집에서 제일 늦게 집에 가는 아이 친구 이야기 등.  


 서로 같이 살지만 삶에 바쁘고 치이다 보니 그리고 상대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 보니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부부들이 생긴다. 처음에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이 살기 때문에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점점 서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리면 관계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부간에는 침묵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대화를 연습해야 한다.   


 대화를 하지 않고 잘 지내는 부부들도 있긴 하다. 부부의 성격상 말이 없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관계 좋은 부부 생활은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들어주며 이해해주는 것이며 이런 이야기를 늙어서도 즐겁게 할 수 있고 들어줄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결혼 10년 차밖에 안 되는 주제에  "부부 관계를 위해 대화를 해야 된다느니, 대화가 없는 부부는 웬수가 된다."느니, 주제넘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혼 10년 차에도 혹은 결혼 1년이 안되서도 불화가 생겨서 갈라섬의 고민에 빠지는 부부들이 있다. 결혼 10년 차의 초보 기혼자이지만 여전히 아내와 알콩 달콩한 삶을 즐기며 사는 사람으로서 결혼 10년이 되지 않은 부부들에게 결혼 10년 동안 서로 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주제넘은 소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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