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쿄 안녕,

사요나라, 도쿄 #30

by 우사기

어느 화창한 봄날

사쿠라가 활짝 핀 강가를 함께 걸었던

그날을 떠올리며 걸은

그녀와의 잔잔한 산책이 있었다.

그 잔잔한 산책길에서는

활짝 핀 아지사이를 만났다.

어느새 아지사이가 예쁜 계절이다.

비일상과 일상을 오갔던

오늘의 긴 하루는

조금 느긋이 시간을 가지고

기록하고 싶어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사요나라를 하루 남겨두고.

사요나라, 도쿄 #30


도쿄 안녕,

그렇게 5월이 다 저물었고

나는 드디어 진짜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진짜 마지막 날의 현실은 이랬다.

아침부터 조금 전 호텔에 들어오기 전까지

한숨 쉴 틈도 없이 정신없는 하루였다.


쉽게 말하면 집 계약이 끝나는 날은

여태껏 이 집을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

검사를 받는 날이다.

일본에서는 집 계약이 끝나면

깨끗하게 정리를 한 다음

관리 회사나 집주인에게 검사를 받는다.

파손된 곳이 있는지 체크해서

수리비를 꼼꼼히 측정하고

거기에 기본 청소비를 더해

마지막 정산을 하게 된다.

(기본 청소비라는 건 정해진 금액이 없고

계약에 따라 집집마다 각기 다 다르다.

그래서 계약 전에는 그런 부분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래서 이날이 오면 은근 긴장이 된다.

이렇게 측정되는 금액은

관리 회사가 있는 경우는

나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지만,

작은 부동산이나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한 경우는

한 달 치 렌트비가 고스란히 나갈 때도 있다.

나 또한 한 달 치 렌트비를 모조리 낸 적도 있고

또 운 좋게 기본 청소비만 낸 적도 있다.

이번 집에서는 여러 곳에 흠집이 내어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적절한 선에서 잘 마무리되었다.


다음은 전출 신고가 있었고

나는 혹시 모르니

5년 뒤쯤 돌아온다는 가정하에 말했고

담당하시는 분은 그런 나에게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따뜻했고 고마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끔 들리던 신사에 들러

감사 인사를 남겼다.

아, 물론

나의 작은 집과도 이별의 시간이 있었다.

친구 같았던 나의 공간에게는

소리를 내어 이런저런 말을 전했다.

말을 하다 보니

정말 친구를 두고 떠나는 것 같아

조금 울컥하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잔잔한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아무튼 그렇게 긴 하루가 끝이 났다.


이제

5월이 가고 6월이 오고,

나는 내일이면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간다.

아지사이가 활짝 핀 날에.


사요나라, 도쿄 #31

keyword
이전 29화작약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