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도쿄 일상

by 우사기

이사 갈 집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달이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오늘부터는 조금씩 짐 정리를 시작했다.


먼저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 물건을 꺼내어

필요한 것과 아닌 것들을 구별했다.

과거를 추억하게 하는 많은 물건들은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 인사와 함께 버릴 것으로 분류했다.

좋은 기억이건 나쁜 기억이건

추억해도 의미 없는 것들은 버리는 게 맞다.

물건과 더불어 사진도 함께 정리했다.

물건을 버리는 것보다

사진을 버리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어쩌다 보니 상처투성이인 채로 이 집에 와서는

뒤돌아보니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그래도

슬프다 아프다 하다 보니 어느새 담담해졌고

외롭다 쓸쓸하다 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한참을 길을 잃고 헤매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또 어디론가 향해 걸어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이 힘든 날들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그냥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거 같다.


상처가 생긴 다음 완전히 아물려고 할 때에

약간의 가려움증 같은 게 있다.

아픔은 가셨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가게 되는..

유월은 내게 그런 마지막 가려움증 같다.

이 가려움증이 가고 나면

작은 흉터야 남을지 모르겠지만

아픔은 완전히 사라지 게 될 것이다.

유월이 가고 나면 나는 다시는

행복했던 어느 한때를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차곡차곡 짐 정리를 하며

마지막 마음도 비워 냈다.

그리고

조용히 누군가의 행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