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여행
아난티 코드를 다녀왔다.
그새 크리스마스 향기를 한껏 품은
살롱드이터널저니.
노곤하게 비추는 햇살을 맞으며
창가 자리에 앉아
엄마와 동생은 따뜻한 라테를
나는 아메리카노를.
우리는 살짝 딱딱해진 치즈빵을 먹으며
지난 여행의 기억을 함께 곱씹었다.
이번 여행은 함께지만
최대한 각자의 시간을 즐기자 했다.
나는 지난번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웠던
북 코너에서 오후의 한때를 보냈다.
하룻밤 머물 곳은
창밖의 뷰가 조금 달라진 것만 빼면
지난번과 똑같은 스타일의 룸.
거실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각자의 룸으로 들어가
천천히 짐을 풀었다.
작은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만끽하며
따로 또 같이 그렇게 휴식을 즐겼다.
가을과 겨울이 곱게 포개어진 계절,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맞춰
나는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차가워서 더 맑게 느껴지는 공기가
한적한 정원을 감쌌다.
돌담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멈췄다 섰다를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시선도
하늘과 땅을 오갔다.
그러는 사이
하늘은 점점 붉어지고.
물에 비친 석양도
하늘 끝자락 반달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산속의 밤.
그 밤은
까만 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들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운 밤이었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나는 베란다로 나가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밝아 오르는 하늘 끝에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몽롱했던 어느 새벽안개를 떠올렸다.
또 시간이 흐리고
계절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