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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소소 요리

by 우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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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뜩 김밥 생각이 났다.

냉동실을 뒤져보니 어묵이 보였고

다용도실에는 당근도 있길래

우선 밥 지을 준비를 하고

곧바로 재료 손질에 들어갔다.

볶은 당근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중약불에서

조금 긴 시간 달달 볶은 당근이 좋아졌다.

자그마한 당근을 두 개 썰었더니

프라이팬 가득 찼다.

당근을 볶는 동안은 프라이팬 앞에 서서

적당한 리듬으로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당근의 느릿한 변화에 집중하면서...

당근 요리에는 늘 작은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다.

볶을 때도 그렇지만 썰 때도 마찬가지다.

채썰기도 사실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일정한 크기로 균등하게 썰어야 하는데

이게 또 집중을 하지 않거나 마음이 흔들리면

거침없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이 된다.

(그렇다고 매번 정성을 다해

채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신경을 쓴다)


그렇게 당근을 볶으며

잡다한 생각을 하다

그제야 가장 중요한 재료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김,

김이 없다.

김밥을 만들려는데 김이 없다.

(어쩌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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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의 볶음 당근은 비빔밥 재료로 변신했다.

김을 사러 가기엔

바깥 날씨가 너무 춥다.

볶은 당근을 듬뿍 넣은 비빔밥에는

달걀 프라이를 올리고

참기름과 깨도 듬뿍 뿌려주었다.

(달걀지단을 부치기 전에

김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어묵볶음과 오이절임은 사이드 반찬으로.


그렇게 나의 오늘의 점심,

당근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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