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세상에서 가장 멋진 초대를 받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러운 생일상을 받았다.
그것은 며칠 앞당겨지긴 했지만
분명한 우사기데이였고
잊지 못할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웰컴 푸드는 이랬다.
계절 과일을 곁들인 모닝 샌드위치에
손으로 직접 짠 후레쉬 오렌지 주스를 곁들여.
물은 딸기와 색깔을 맞춘 마리메코 150ml 컵에.
그녀의 집은 물 한 잔도 특별하다.
그녀가 사는 공간은
그녀의 취향과 가족 사랑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를 고스란히 담은
그녀 자체인 그 공간은
곳곳이 크고 작은 감동들로 꽉 차 있었다.
아마도 그것을 우리는
행복이라 부르는 것 같다.
해피 버스데이 메뉴는 이랬다.
*애피타이저
레드와인 발사믹과
수제 석류청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
*샐러드
참나물 간장소스 샐러드
*메인
한우소고기 갈비 양념구이와 전복 솥밥
정성 가득 넣고 끓인 미역국
*디저트
메이플 시럽과 구운 잣이 곁들어진
아이스크림과 커피
정. 성.
정성 가득 넣고 끓인 미역국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끓여주는 미역국,
이토록 정성 어린 생일상이
내 인생에 또 있었을까...
요리 솜씨와 테이블 센스는 말이 필요 없다.
요리 하나하나 고른 그릇 하나하나
어느 하나 나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게 없었다.
레드와인 발사믹에
수제 석류청이 엑센트로 들어간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는
깊이 있는 상큼함을 주었고,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감도는 샐러드는
한우 소고기 갈비양념구이 맛을
한층 더 돋우어 주었다.
버터 향이 사르르 녹아내린
갓 지은 전복 솥밥은
마지막 고소한 누룽지까지
결국 나를 세 공기나 먹게 만들었다.
거기에 간장 맛이 고루 잘 베인 무 조림과
아삭아삭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깍두기까지.
나는 하나도 남김없이
그녀가 차려준 밥상을 깨끗하게 비웠다.
밥 세 공기를 먹은 날도
내 인생 어디에 있었을까...
아,
그녀의 정성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앙증맞은 우사기가 올려진 케이크 역시
그녀의 수제 케이크였다.
촛불을 켜고 노래까지 불러 주었고
나는 촛불 끄는 것도 잊은 채
덩달아 함께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기분이 내 생일상이 아니라
생일상을 차린 그녀에게로 옮겨간 듯했다.
감동을 넘어선 순간이다.
완벽한 우사기데이다.
레몬빛 앞치마를 두른 그녀가
레몬빛 테이블 매트를 깔고
손수 만든 레몬 케이크를 자르고
메이플 시럽과 직접 볶은 잣을 곁들인
아이스크림과 향긋한 커피로
디저트를 준해했다.
레몬레몬한 그녀의 디저트 세트가
레몬레몬하게 마지막을 빛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디저트 다음은 선물이 있었다.
나는 이 마음들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넘치는 마음과 정성을,
나를 위해 쏟은
그녀의 소중한 시간을,
나는 아주 기쁘게 감사히 받았다.
기꺼이 받고 또 기꺼이 보답해야 한다.
나는 집으로 데려온
레몬레몬한 그녀의 케이크를 먹으며
다시 그 빛나던 순간들을 곱씹었다.
무한의 감사다.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