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지인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가볍게 밥 한 끼 하자는 이야기였지만 그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고맙던지 초대를 받은 다음날부터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설레기 시작했다. 초대 선물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휘낭시에를 굽기로 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의 티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내일의 오붓한 오후를 위해 휘낭시에를 굽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던지 나는 아마도 그녀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녀는 약속을 참 잘 지킨다. 언제나 정확하고 한 번 입으로 뱉은 말은 지키지 않은 적이 없고, 상냥하고 따뜻하다. 사진을 잘 찍고 멋진 감각을 가졌으며 섬세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취향이 비슷하다. 알고 지낸 횟수로 치면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에게 존칭을 사용하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데 그 게 또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 없다. 내가 일본에 있는 동안은 그녀가 일 년에 한두 번 일본으로, 내가 일 년에 한두 번 한국으로 그렇게 일 년에 서너 번 얼굴을 봤지만 그럴 때도 늘 어제 만난 것처럼 친근하고 편했다.
내가 일본을 떠나는 날에도 작약 한 송이를 들고 도쿄로 날아와 준 그녀. 그때의 그 작약 한 송이가 얼마나 따뜻하고 힘이 되어주었는지 뒤돌아보니 또 뭉클해진다. 좋은 사람과의 인연이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에 문뜩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한결같은 사람들에게 나 또한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