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멋진 기억에 덧칠을 하고 싶지 않아
올해는 스스로 만드는 케이크도
특별한 밥상도 생략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오늘은 어제와 닮았고
또 내일과 비슷할 것 같은
그런 날이 되었다.
특별한 날은 특별한 대로
또 밋밋한 날은 밋밋한 대로
제각각 나름대로의 맛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를 위한 선물은 잊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축하도 선물도
모든 것들이 한발 앞섰다.
데스크 램프가 내게로 온 게 언제였는지
미리 사는 나를 위한 선물이라 해 놓곤
한참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새삼 생일 선물이었음을 인지하며
다시 보니
설레었던 첫 만남이 새록새록 해진다.
오늘은 밤 시간을 만끽하고 싶어
옅은 커피를 내려와
음악을 틀어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
얼마나 늦은 밤까지
말똥말똥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평소의 취침 시간은 훌쩍 뛰어넘을 것 같다.
올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게으르기도 했고 또 부지런하기도 했고
쉬어가는 시간이기도 했고
또 충실한 시간이기도 했다.
변화도 많았다.
어떻게 보면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도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잠시 짧은 여행 중인 것도 같다.
생각이 깊어지기 딱 좋은 밤에
오래된 소설을 읽으며
그 사이사이
잠시 나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