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일 년에 한두 번 병원 가는 길에 만나는
급경사 계단의 신사가 있습니다.
이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출세를 한다 하여
[출세의 돌계단]이라 불리는데,
그 [출세, 성공]이라는 말에 혹해서
작년에 올라갔다 내려올 때
너무 무서워 혼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또 그 앞을 지나가다
다시 또 출세라는 말에 나도 몰래 이끌려
돌계단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내렸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래도 올라가서 소원 하나쯤 빌고 오면
왠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돌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라 그런지
처음보다는 올라오는 게 훨씬 쉬웠습니다.
여전히 연못의 잉어들은 생기 넘쳤고
가을을 입은 신사도 멋스러웠습니다.
소소한 소원도 빌었고,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남겼습니다.
출세의 돌계단 덕에
결국은 자기 다짐의 시간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리고
다시 내려가려고 돌계단 앞에 섰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돌계단이
왜 이리 아찔한지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무서운,
가장자리에 붙어서 손잡이를 두 손으로 꼭 잡고는
발끝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무사히 내려오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갑자기 웃음이 났습니다.
[출세, 성공]이라는 말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급경사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내가 왜 이리 웃긴 건지요.
앞으로도 이 앞을 지날 때면 고민을 하겠지요?
출세의 돌계단,
올라가자니 무섭고
안 올라가자니 괜스레 찜찜하고
결국 또 바들바들 떨면서
돌계단을 다시 오를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출세 : 슛세 [出世 しゅっせ]
신사 : 진자 [神社 じんじゃ]
돌 : 이시 [石 いし]
계단 : 가이단 [階段 かいだ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