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오후에 잠시 병원을 다녀왔다.
병원은 걸어도 전철을 타도 2,30분 걸리는
애매한 거리라 그냥 걸어간다.
오르막, 내리막을 지나 터널을 지나서
살짝 보이는 도쿄타워와 인사를 나누며.
검사 결과는 괜찮았다.
병원을 다녀오며 다시 생각한건데
채혈검사 후 붙여주는 반창고는 볼 때마다
참 섬세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창고를 붙여 두었다 떼어낼 때
일반 반창고는 끝부분을 떼어내기 힘들어
살이 아플 때가 있는데,
그런 마음을 안 건지
이 반창고는 한 쪽이 살짝 접혀있어
떼어내기 아주 쉽게 되어 있다.
세심한 발상에
처음 봤을 때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일상의 세심함은 그 외에도 꽤 많다.
일본에서는 영수증 발행을 요청하면
가게 직인이나 담당자 도장을 찍어주는데
도장을 찍고 나면 인주가 금세 마르지 않으니
혹시라도 다른 곳에 인주가 묻을까 봐
꼭 도장 찍은 부분을 다른 종이를 꾹 눌러
다른 곳에 묻지 않도록 해준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인주가 다른 종이에 안 묻어날 때까지
몇 번이고 꾹꾹 누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다시 감동한다.
비 내리는 날 쇼핑백에 비닐 커버를 씌워주는 것은
이제는 그냥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홈센터에서 박스와 뽕뽕이를 비가 내린다고
커다란 비닐로 꽁꽁 싸서 주며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하는데
정말 감동이었다.
오히려 몇 배는 내가 더 감사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내가 사는 곳은
지은지 10년을 훌쩍 넘긴 맨션인데
엘리베이터 안에 펫 [펫토 : ペット] 버튼이 있다.
펫과 동승할 경우 이 버튼을 누르면
밖에서 팻 동승 중이라는 글이 보인다.
그걸로 엘리베이터에 팻이 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
원하지 않으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을 수 있다.
작은 버튼 하나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배려할 수 있으니 참 좋은 것 같다.
병원에서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지만
아무튼,
일상의 소소한 세심함에
가끔 아니 자주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