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조금씩
매일은 아니지만
조금씩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티켓팅과 숙소 예약을 마쳤고
일정은 12박 13일로
지금까지의 교토 여행 중
가장 오래 머무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처음 희망했던 키친이 있는 숙소는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하나미 시즌이 피크라는 건 알고 있지만
숙소의 가격이 이토록 껑충 뛸 줄도
이토록 일찍 예약이 꽉 찰 줄도 몰랐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과감하게
교토의 중심부가 아닌 외곽 쪽의 호텔로 정했다.
짧고 굵은 여행이 아닌
길고 가는 여행이 콘셉트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번 여행은 하나미 여행이니까
사쿠라를 쫓아 다나는 건 일 순위이고,
그다음 하고 싶은 걸 꼽으라면
첫 번째는 자전거 타기
두 번째는 강가에서의 피크닉
세 번째는 그릇 산뽀다.
타박타박 느린 걸음으로 걸었던
교토의 골목길들을
이번엔 자전거로 달려 보고 싶다.
자전거 앞주머니에
돗자리와 도시락을 담아
카모가와를 만나면 자전거를 세워두고
꽃비를 맞으며 피크닉을 즐기고 싶다.
그다음은 그릇 산뽀다.
나는 다시 그릇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했다.
온통 핑크빛으로 뒤덮인
손꼽히는 사쿠라 명소도 멋스럽지만,
어느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만나는
소박한 한 그루의 사쿠라도 못지않게 감동스럽다.
그런 한 그루의 사쿠라처럼
우연히 만나게 될 운명 같은 그릇들을
살짝 기대해 본다.
기다리는 즐거움
새 식탁을 샀다.
새 식탁을 사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이 듬뿍 든
나의 오랜 식탁과 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 식탁은 작은 식탁대로
주방과 가까운 곳에 두고
다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새 식탁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거실 한가운데를 비워
새로운 아이의 자리를 만들고 나니
괜스레 더 설렌다.
아마도 한동안은 기다림의 즐거움이
생활의 활력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