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타임에,

소소 일상

by 우사기

식빵과토스트


미니 식빵을 구웠다.

틀에서 꺼내며 살짝 찌그러지긴 했지만

버터 향이 솔솔 나는

나름 먹음직스러운 식빵이었다.

식빵을 보니 오랜만에 길거리 토스트 생각이 났다.

일단 식빵을 적당히 얇은 두께로 자르기로 했다.

그런데 자르다 보니 자르는 것에 재미가 들어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얇은 식빵이 되고 말았다.

달걀 하나를 풀고

적당한 크기로 썬 양배추를

적당히 넣어 반만 부쳐냈더니

식빵 크기와 딱 맞아떨어졌다.

완성된 토스트는 반으로 잘라

단면을 잠시 즐겨주고.

살짝 녹아내린 치즈 위로

흘러내릴 듯한 케첩이

식욕을 돋게 하는,

늦은 아침 이른 점심이었다. 


일요일 밤에


바깥이 조용해서 나가보니

청소기를 돌려놓고 그 사이 동생은

엄마 목욕을 시켜드리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침도 챙겨드리겠다며

내게 늦잠을 강요하더니

점심도 엄마와 데이트를 나가겠다며

내게 조용한 오후를 내주었다.

덕분에 게으르고 편안한 하루를 보낸 나,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청소를 한다고

의자 위에 잠시 치워둔 시사가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에 올리면 한 손에 쏙 감기는

자그마한 시사는 오키나와 여행 때

호텔에서 선물로 받은 것인데

현관 앞 귀퉁이에 살짝 놓아두었다.

가끔 눈에 들에 오는 날은

오키나와의 추억을 곱씹기도 하고

가물거리는 그리움에 발을 멈추고

오늘처럼 한참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그리고 맥락은 없지만,

파도 끝자락에 시선을 맞추고

함께 밀려갔다 밀려왔다를 반복하며

즐겼던 아무도 없던 자그마한 바닷가를

잠시 떠올려 본다.


월요 일과


라볶이로 점심을 대충 때우며

오랜만에 일본 드라마로 하루를 보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본방으로도 보지 않던 드라마가

이상하게 한국에 있으니 가끔 그립다.

꼭 어떤 특정 드라마가 보고 싶다기 보다

그냥 흘러내리는 일본어를 들으며

낯익은 배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할까

휴식이 된다고 할까 뭐 그렇다.

오랜만에 아야세 하루카와 다카하시 잇세의

연기와 마주하는 동안 이곳에도 그곳에도

눈 소식이 있었던 것 같다.

이맘때쯤이면 도쿄에도 한 번씩

대설 주의보가 내린다.

그때마다 살짝 들뜬 마음으로 창문 앞에 서서

눈이 언제 내리나 기다렸다

조금이라도 쌓이면 바로 밖으로 나가

강아지처럼 눈 발자국을 내며

동네를 맴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는 눈눈 외치면서

정작 눈 내리는 날 외출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애써 일기예보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만약 내일까지도 눈이 내린다면

내일은 꼭 눈 발자국을 남겨봐야겠다.


오랜만에 빈티지 잔을 꺼내어

커피 타임을 즐겼다.

잔을 꺼내어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기를 말끔히 닦아내었더니

손을 갖다 댈 때마다 뽀독뽀독한 게

느낌이 참 좋다.

테이블 귀퉁이에 앉아 즐기는

나 홀로 커피 타임.

가끔 커피를 마시며

잠시 내가 주인인 카페를 상상해 본다.


테이블은 주방에 훤히 들여다 보이는

카운터 자리가 서너 개 있고,

(의자마다 간격이 적당히 떨어진)

중간에 커다란 테이블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손님은 혼자 오는 손님만 받고 싶다.

2명 이상 출입 금지 (웃음)

최대한 조용하고 잔잔한 공간을 만드는 거다.

그곳에서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아, 사진 촬영 금지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주인이라는 게

모순투성이긴 하지만

영업시간 동안 사진 찍기를 금지하면

찍고 싶은 사람은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주위에 사진 찍는 사람이 없다는 건

또 그만큼 모두에게

쾌적한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

나를 포함해 그곳에 있는 모두가

그 공간과 시간에 충실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뉴는 오늘의 스페셜만 있다.

오늘의 스페셜엔 그날 구운 빵으로 만든

토스트나 샌드위치에 신선한 샐러드라든지,

소박한 일본 가정식 한 상이라든지,

뜬금없는 우동 세트도 좋고.

물론 핸드메이드 케이크도 빠질 순 없다.


주방 안쪽에 널찍한 선반을 두고

그곳엔 좋아하는 그릇들을 올려 둘 것이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커피 잔과 그릇을

직접 고르는 즐거움도 제공하고 싶다.

밥공기도 종류별로 있으면 좋겠다.

카페인지 식당인지 애매모호한 공간이니

딱 카페라고는 안 불러야겠다.


영업시간은 아침 일찍이 좋다.

카페 이름도 아침이 들어가는

음...

아침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

아침 6시쯤 시작해서 오후 3시쯤 문을 닫고.

근데 6시에 문을 열려면

난 몇 시에 출근해야 하는 거지...

빵도 구워야 하는데.


그렇게 카페 주인이 된 사이에

따뜻했던 커피는 다 식어버렸지만,

어디론가 끝없이 올라간 기분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전 01화알아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