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5월의 시작
근로자의 날이지만 출근했고
출근했지만 일찍 퇴근한 동생이
베란다에 앉아 쉬고 있는 날 보더니
맥주를 들고 왔다.
난 기분만 즐기고 동생은 맥주를 마시고
엄마 없이 둘이서 보내는 짧은 휴식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르겠다.
봄이 너무 멀리 가버리기 전에
다 함께 가벼운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소소한 5월의 가족계획을 세워본다.
내가 맥주 기분만 즐기는 사이
캔 세 개를 마신 동생이
갑자기 [첨밀밀]이 당긴다며
같이 보자고 한다.
수요일이지만
토요일 같은 밤에 보는 영화,
그래 나쁘지 않다.
일상에 활기를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그린그린,
아르베키나는 내 방 베란다에서
거실 쪽으로 옮겨왔다.
파릇파릇 예쁘게 자라는 걸
혼자만 보기 미안해서.
시네리아는 볕 좋은 창가로 이동해 주었더니
하루가 다르게 싱그럽다.
작은 변화에도 크게 반응하며
매일매일 관찰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꼼꼼히 지켜보고 있다.
지지대를 꼭 붙잡고
위로 위로 쑥쑥 쭉쭉 뻗어가는 풀베루렌타,
지지대를 끝까지 타고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볼 때마다 미래가 궁금해지는 우리 집 귀욤둥이.
요즘은 애칭은 생략하고 이름을 불러준다.
낯설던 이름도 어느새 익숙해지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식집사의 세계로.
작은 사이즈가 좋지만
교토 여행 때 데려온 디퓨저를 욕실에 두었더니
욕실 문을 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올라간다.
마이코 상의 분 향기라는 말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데려왔는데
향을 맡을 때마다
마이코 상의 뒷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냥 향이 좋다고 짧게 말하기엔
향에 깊이가 있고 풍경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느낌이랄까
계속 무언가라 상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
뭐든 작은 사이즈가 좋지만 이 아이만큼은
큰 사이즈를 사 오지 않은 게 후회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