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잔잔한 시라가와[白川] 옆에 있는
소담스러운 식당을 만났습니다.
[丹 tan]
아침식사는 8시와 9시로 나누어져 있어
9시 타임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가운데 길게 뻗은 원목 식탁으로
각자의 자리를 안내해 주어요.
이 날의 예약 손님은 모두 여섯 명,
세 분 한 팀, 두 분 한 팀 그리고 나
이렇게 여섯 명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답니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접시에 담긴 반찬과
하얀 냄비에 담긴 미소시루는
각자 덜어서 먹게 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서먹해서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음식의 거리가 멀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 덜어주기도 하며 인사를 나누게 되었지요.
맞은편의 세 분과 나는 도쿄에서,
나의 옆으로 앉은 두 분은 교토에서.
어떻게 알고 오셨냐고 하니
교토에 살고 있다는 한 분이
라디오에 소개된 것을 듣고 오셨다고 하더군요.
라디오에서 말로 풀어낸 이곳의 분위기에 빠져
도저히 안 와보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고요.
그러면서도 이런 분위기일지는 몰랐다며
내심 아주 만족스러워했지요.
주인아주머니 말씀으로는 폭 120센티의 테이블,
그 거리감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에도
혹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기에도
어색하지 않은 아주 적당한 거리감이라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거 같았어요.
묵묵히 식사만 즐겨도 나쁘지 않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찮은 딱 알맞은.
식사는 교토의 야채를 중심으로 한
담백한 밥상이었는데 아주 맛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해서
늦은 밤 바에 앉아 술 한 잔 마시다
자연스레 옆 사람과 친구가 된 것처럼
저도 교토의 두 언니들과 금세 친해졌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2층으로 올라가면 커피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어요.
오로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 놓은 것이지요.
마치 또 다른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시라가와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
마시는 모닝커피,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2층에서도 교토의 두 언니와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또 멋진 그릇 숍을 소개받기도 했고요.
충만한 아침 시간을 보내고 1층으로 내려오니
어느새 주방까지 아주 말끔히 정리가 되어 있었어요.
다시 봐도 탐나는 너무도 멋진 테이블,
테이블 너머의 깔끔한 주방 풍경,
그리고 유리문 너머의 버드나무와 시라가와까지
완벽한 최고의 식당이었습니다.
분명,
나의 다음번 교토의 아침도 이곳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