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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점심,

교토 여행

by 우사기


다른 세계로 이어진 듯한 좁다란 골목을 들어서면 그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 소리도 숨소리도 죽이게 됩니다. 신비한 골목길 끝자락에서 만나는 하얀 노렌[暖簾], 이곳이 바로 테아에즈시[手和え寿司]를 즐길 수 있는 아우-무 [アウームAWOMB]입니다.


[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타박타박 작은 정원을 걸어 현관문 앞에서 조심스레 문을 두들겼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모든 것이 한 템포씩 느려지는 기분이죠. 신발을 벗고 다다미 방으로 올라서면 살짝 들뜬 마음도 가라앉고 말도 동작도 느려져 자연스레 모든 것이 차분해집니다.

세자 [정좌 正座], 무릎을 꿇고 단정하게 앉은 뒤 뒤쪽 발과 발 사이에 작은 사각 쿠션을 끼우면 앉아 있는 자세가 아주 편안해져요. 보통 정좌로는 오랜 시간 앉아 있기가 힘들지만 이렇게 앉으면 전혀 부담감이 없답니다. 음식과 함께 즐기는 새로운 체험 역시 이곳에서의 시간을 한 층 더 즐겁게 만들어주지요. 오래된 일본 영화의 풍경 같은 창밖, 그 창으로 내리는 햇살을 맞으며 그렇게 아우무에서의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앙증맞은 그림으로 먹는 방법까지 세세히 설명되어있는 정성스러운 메뉴, 그 사랑스러운 메뉴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남겨두기 위해 펼치지 않겠습니다. 소바초코[そば猪口]에 담긴 오차도 마메자라[豆皿]에 담긴 물티슈도 테이블 숫자가 써진 투박한 돌멩이에도 이곳의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테아에즈시[手和え寿司],아에루[和える] 라는 말에는 각자 다른 것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매력을 끌어내어 하나가 된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테아에즈시[手和え寿司]란 아에루[和える]라는 콘셉트로 각자 다른 소재와 맛으로 준비된 재료를 밥 위에 올려 즐기는 나만의 치라시즈시[ちらし寿司]를 말한답니다.

소꿉놀이를 하듯이 맛을 음미하며 시간과 공간을 만끽했습니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맛차 향 그윽한 스위츠, 교토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디저트 타임도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어쩜 혼자이기에 더 집중하고 애틋했는지도 모르지요.

실은 저번 여행길에 태풍으로 이곳의 예약을 어쩔 수 없이 취소했었지요. 가을에는 예약을 하기 힘들 만큼 사람들이 붐비었는데 겨울이 되니 의외로 여유로움 가득히 이곳을 즐길 수 있어 오히려 훨씬 더 좋았습니다. 덕분에 겨울만의 교토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답니다. 아, 아우무는 교토에 세 곳이 있는데요,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다른 한 곳은 다음번 여행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었고요, 예전에 다녀온 한 곳은 살짝 귀띔할게요.

이곳이 바로 테오리즈시[手織寿司]를 즐길 수 있는 아우-무 [アウームAWOMB]입니다. 누구든 보는 순간 알록달록 고운 색감에 식재료의 절묘한 조화에 말이 필요 없는 그 앙증맞음에 한눈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테오리스시랍니다. 오루[織る:여러가지를 짜 맞춰 만들다]라는 말을 콘셉트로 교토의 식재료를 중심으로 준비한 알록달록한 재료들을 (손님들) 기호에 맞게 잘 조화시켜 먹으라는 뜻의 테오리스시[手織り寿し]에요. 즉 테마끼스시[手巻き寿司:손으로 말아먹는 김말이 초밥]를 말하지요.*테[手:손]

재료는 나와있는 그대로 먹지 않아도 되어요. 기호에 맞게 이것저것 하나하나 싸 먹는 재미가 바로 테오리스시의 제맛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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