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옅은 봄비 아침,
기온의 한적한 뒷골목을 따라
키신에 도착했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소박하지도 않은 주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운터 자리에는
두 명의 손님이 먼저 와 있었다.
이곳은 사전 예약이 필수로
한 타임에 6명의 손님을 받는다.
내가 예약한 첫 타임은 7시,
역시 교토의 아침은 7시가 좋다.
오롯이 주방 풍경에 집중하는 시간,
일행이 있어도
서로 눈을 마주치며
함께 고개만 끄덕일 뿐.
잔잔히 흘러내리는 고요가
주방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한다.
밥 짓는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담백한 유바조림.
다음은 밥공기를 고르는 시간,
6개의 밥공기는 먼저 온 손님 순서대로
마음에 드는 밥공기를 고르게 한다.
이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나를 위한 밥공기
나의 밥공기라 생각하니
저절로 기분이 올라갔다.
갓 지은 하얀 쌀밥이 가장 맛있는 식사,
토나베에서 뜸을 드리기 전에
맛을 보라며
한 젓가락 분량의 밥을 덜어준다.
다음은
쌀 한 톨 한 톨이 살아서 숨 쉬는 것만 같은
다섯 젓가락 분량의 밥과
갖은 야채가 듬뿍 들어있는 국 한 그릇
그리고 이와시구이와 츠케모노.
이것이 바로 아침 식사만 전문으로 하는
쵸쇼쿠 키신 교토의 하나뿐인 아침 메뉴다.
토나베에서 갓 지어낸 밥은
시간에 따라 밥알의 감촉이 달라지는 걸
만끽이라도 하라는 듯
한 번에 다섯 젓가락 분량 이상은 주지 않는다.
대신 리필이 가능하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풍성한 국은
미소시루와 맑은 국 두 종류가 있는데
나는 맑은 국을 택했고
그 선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갓 지은 토나베의 밥보다
훨씬 더 기억에 남을 만큼.
그래도 역시 반찬은 부족했다.
사이드 추가 반찬으로는
달걀과 김 우메보시 등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우메보시를 주문했고
옆 손님은 달걀을 주문했다.
우리는 동시에 밥도 리필했다.
마지막은 고소한 누룽지.
엄마의 손 요리처럼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다는
키신의 아침은 이렇게 끝이 났다.
기온에서의 아침을 끝낸 후에는
아라시야마 텐류지에서 점심을.
푸르름으로 가득 찬
텐류지의 봄 정원도
가을 정원만큼이나 아름다웠다.
텐류지 정원 속
숨겨둔 별장 같은 시게츠는
교토의 쇼진요리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이곳도 예약이 필수지만
좌석 수가 많아
시간만 잘 맞추면
예약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시게츠에서 바라보는
한 발 깊숙이 들어간
텐류지의 고즈넉한 풍경,
더해진 잔잔한 바람 소리에
발끝까지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야채와 산나물, 해조류 등의 식재료로
만들어진 일본 사찰음식인 쇼진요리.
예상보다 훨씬 담백하고
담백하면서도 엑센트 있는 맛이
평온한 시케츠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특별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한 층 한적해진
텐류지 정원을 타박타박,
느린 발걸음으로
조용히 오후의 산책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