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브랜드 CFO 11편:
비데로는 부족하다

by Lucky Nine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환경이 아니었다.”


올해 3월, 우리는 이사했다.
회사가 커졌고, 공간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좁고 어두운 복도, 겨우 4명이 앉는 회의실,
천장은 낮고, 팀원들의 어깨는 구부정했다.

이제 우리도 우리가 된 만큼의 공간이 필요했다.


회사가 성장했다는 신호

새 사무실은 신축 오피스였다.
우리가 첫 입주자였고,
눈부신 채광, 높은 층고, 넓은 공용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화장실에 비데가 있었다.

이사 첫날, 메신저에는 감탄이 쏟아졌다.
“우리 회사 드디어 올라왔다”,
“오피스 너무 예뻐요”,
“와… 화장실에 비데라니…”


대표는 웃었고, 나도 속으로 뿌듯했다.
“좋아, 이건 분명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거야.”


금세 사라진 열기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몇 주 후, 나는 팀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비데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회의실의 열기는 차가웠고,
슬랙의 채널은 조용했다.

‘이상하다… 뭔가 부족한가?’


인사관리 교과서 한 줄

“물질적 보상은 단기적 동기부여엔 효과적이지만, 지속적 몰입을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

비데도, 넓어진 책상도, 쾌적한 회의실도
“좋긴 한데” 그 이상은 아니었다.

사람이 몰입하는 건,
회사에 대한 믿음,
자기 성장에 대한 확신,
기여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온다.

사무실은 무대일 뿐이다.
무대가 좋아도, 배우가 몰입하지 않으면 공연은 시작되지 않는다.


CFO의 시선으로 본 공간

이사는 비용이었다.
임대료, 보증금, 인테리어비, 이사비용…
당장 손익계산서만 보면 부담이 분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했다.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그들이 일하고 싶은 곳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그 이후를 안다.
환경은 바뀌었지만, 사람은 그 자체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마무리하며

사무실을 바꾸는 건 쉬지 않았다.

보다 좋은 환경, 가성비, 사람들의 요구사항 등등
하지만 분위기를 바꾸는 건,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건 훨씬 어려웠다.

비데는 좋았다.
사람들은 만족했다.
그러나 진짜 동기부여는,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다음 편 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공간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그건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한 방향으로 조율하는 일이다.
요즘의 나는, 회의실 끝자리에 앉아 갈등을 조율하는 사람이 되었다.
영업은 팔고 싶고, 제품팀은 지키고 싶다.
그들 사이에 서 있는 건, 숫자와 판단을 들고 있는 나였다.

색조 브랜드 CFO 12편: 숫자 사이의 사람들에서 계속됩니다.

keyword
이전 10화색조 브랜드 CFO 10편: 이름을 지키는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