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작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는, 길게 쌓아야 한다.”
회의실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이번 캐릭터 반응 좋아요.”
“초도물량 완판 가능성 큽니다.”
“감성 잘 잡으면 또 터집니다.”
영업팀은 말한다.
“지난 콜라보 때 실적 두 배로 올랐잖아요.”
마케팅팀은 말한다.
“우리 타깃은 이런 협업에 열광해요.”
그리고 나는 엑셀을 연다.
기획부터 론칭까지 약 10개월
실제 판매 기간은 평균 3개월
재구매율 15% 미만
제품력보다 외형에 주목
콜라보 종료 후 브랜드 검색량 하락
콜라보는 늘 성공했다.
그리고 늘 아쉬웠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쌓았을까?
제품력은 그대로였고,
브랜드 스토리는 멈춰 있었다.
소비자는 말한다.
“예뻐서 샀어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요.”
그 말이 고맙지만,
“브랜드가 좋아서 샀어요.”라는 말을 더 듣고 싶다.
콜라보는 ‘빌리는 전략’이다.
트렌드, 디자인, 팬덤…
잠시 빌려와서 화려하게 팔고, 빠르게 회수한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브랜드는 흐릿해진다.
“이건 누구 제품이더라?”
“아, 저 캐릭터랑 한 거였지.”
그 순간, 우리는
'우리 브랜드'로 기억되지 않는 제품을 팔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우리가 만든 건, 진짜 우리 이야기인가?
외부 캐릭터가 아니라,
브랜드 자체의 세계관과 정체성,
그 자체로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드.
그게 진짜 지속 가능한 자산이다.
콜라보 없이도 설렐 수 있는 신제품,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라인업.
그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그래서 이제 콜라보는 이렇게 다룬다.
브랜드 인지도 확산용 수단
자체 제품으로의 유입 연결을 전제로 설계
내부 리소스 과투입 방지 위해 병렬 체계 운영
가장 중요한 기준: “우리 브랜드 세계관 안에서 해석 가능한가?”
콜라보가 브랜드를 더 선명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건 단지 ‘잠깐 팔리는 제품’일 뿐이다.
콜라보는 달콤하다.
하지만 자꾸 기댈수록,
우리는 우리 브랜드를 빌려 팔게 된다.
CFO의 눈으로 보면,
단기 매출보다 더 무서운 건
브랜드의 정체성이 조금씩 지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우리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잠시 빌려온 성과인가?”
다음 편 예고
브랜드의 감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회사는 숫자로 말해야 움직인다.
투자자도, 조직도, 방향성도 결국 수치로 납득해야 한다.
색조 브랜드 CFO 14편: 좋은 아이디어네요, 근데 수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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