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걷고, 가끔 멈춘다.
멈춤은 중단이 아닌 전환의 시작입니다.
잠시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방향이 천천히 드러납니다.
스치고 지나간 것을, 다시 바라본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지만, 제대로 바라보는 일은 드뭅니다.
무심코 지나친 장면들 속에 삶의 실마리가 조용히 놓여 있을지 모릅니다.
신중한 시선보다, 소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너무 신중하면 모든 것에 의심이 생기고, 자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해석하려 들다 보면 오히려 본모습을 놓치고 맙니다. 때로는 가볍고 소박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진짜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쪽으로 기운 마음을, 조용히 알아차린다.
우리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균형을 잃습니다.
하지만 흔들림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울어져 있거나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알아차림에서 회복은 다시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잘하려 하기보다, 가능한 곳에서 시작해 본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걷고 있다는 사실이지,
완벽한 걸음이 아닙니다.
가능한 만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걸음입니다.
우리는 왜 걸어야 할까요?
작가 레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나와,
그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속도에 밀려 나를 놓친 이들에게 그런 한 걸음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
나의 의지와 감각, 방향이 담겨 있는지
조용히 들여다보는 걸음.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소박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작은 연습.
그것이 어슬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