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by 독립여행

“업무에서 성과는 내야 하고, 실수는 줄여야 하고,

상사 눈치도 봐야 하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요... 이젠 저도 지칩니다.”


요즘, 이런 속마음이 자주 올라옵니다.

해야 할 일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데,

해야 하는 이유로부터는 점점 멀어지고,

꾸역꾸역 어떻게든 해냈지만,

나는 필요한 일을 하는데 쓰이는 소모품처럼 느껴집니다.


속도는 계속 붙는데, 방향은 흐려지고,

어디쯤 와 있는지조차 가늠되지 않을 때,

문득 이런 질문이 듭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어슬렁 in』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통찰과 경험은

삶의 걸음걸음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워크숍입니다.


그 출발점은 고독한 미식가를 쓰고 그린 작가님들의 『우연한 산보』라는 한 권의 만화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나옵니다.


조사하지 않는다.

옆길로 샌다

계획하지 않는다.


처음 이 대목을 접했을 땐 이게 무슨 방법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 원칙이 단지 산책의 방식이 아니라

세상과 나를 다시 연결하는 태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하지 않고 걷는다는 건,

정답을 찾기보다 지금을 살아본다는 것이고,

옆길로 샌다는 건,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나의 감각을 따라가 본다는 것이며,

계획하지 않는다는 건,

우연을 허락하며 자신을 믿는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그들의 걷기는 목적지보다 과정에 집중했고,
효율보다 감각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갔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속도를 조율하고, 감각을 되찾고, 나를 돌아보는 리듬이

점점 더 간절해지는 마음으로부터

이 책과 『어슬렁 in』 프로그램은 잉태됐습니다.


종종 “어슬렁거린다”는 말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게으름, 방황, 약한 의지, 책임 회피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조직에서 이 말을 꺼내면 “지금은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라는 반응도 돌아옵니다.


과연 성과는 반드시 속도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끊임없는 자기 최적화와 효율성의 압박이 현대인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든다”라고 말합니다. 성취와 집중을 위한 속도는 일정 수준까지는 도움이 되지만, 그 속도에 갇힐 때 사람은 방향을 잃고, 자신과의 연결을 놓치게 됩니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생산적인 성찰은 멈춤에서 시작되며, 멈춤은 사고의 유연성을 되살린다”라고 강조합니다. 즉, 속도를 줄이는 일은 비효율이 아니라, 회복과 창조성을 위한 ‘전략적 여백’입니다.


조직의 성과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성과는 빠르게 움직이는 데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리듬에서 비롯됩니다.


조직 내 ‘속도의 피로’가 누적될수록, 어슬렁은 단지 느림이 아니라 리듬을 회복하는 실천이자,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회복의 기술입니다.


‘어슬렁’은 멈춤도, 방황도 아닙니다. 내 속도를 다시 맞춰보고, 방향을 되짚어보며, 다시 나의 리듬을 회복하는 감각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는 걸음일지도 모릅니다.


일은 빠르게 하지만, 삶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계획은 넘쳐나지만, 여백은 없습니다.

문제는 바로 해결해야 하고,

보고는 실시간으로 올려야 하죠.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나는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는 점점 알 수 없어집니다.

조직은 발전하는데, 나는 닳아가고,

결과는 쌓이는데, 정체성은 희미해집니다.


어쩌면 이는 우리가 한 번 즈음

‘어슬렁’ 걸어봐야 할 신호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슬렁’은 이 순간, 나로 살아 보려는 작은 걸음입니다.

그리고 그 걸음에는 다음과 같은 리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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