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에 놓인 바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어느 날,
작은 마을 로스 아르코스(Los Arcos)에 도착했습니다.
에스텔라에서 몇 시간을 걸어 도착한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성당을 마주했습니다.
산타 마리아(Santa María) 성당이었습니다.
작은 마을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성당이었습니다.
화려한 장식과 높은 천장,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이런 마을에 이렇게나 큰 성당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잠시, 먼 옛날 이 마을은 얼마나 번성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규모였기에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감탄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성당 안을 둘러보다가,
어느 한 곳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누운 유리관 앞,
등을 살짝 구부린 노년의 여인이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움직임도 거의 없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간절한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 나는 무엇을 '본 것'이 아니라
무엇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그 여인의 어깨너머로
어깨 수술을 앞두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겹쳤습니다.
이제는 자식들의 머리도 희끗해져
같이 늙어간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지만,
엄마의 기도에는 늘 자식들이 1순위입니다.
이제는 자식들이 가장 마지막에 있어도 될 법한데 여전히
자식들을 위한 기도는 하루 한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그 말씀이 성당 한켠, 노년의 여성이 올리는 기도 속에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습니다.
제가 ‘나 좋자고’ 걷는 동안, 엄마는 어깨 수술을 합니다.
수술을 앞두고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는 그 하루만큼은
기도도 잠시 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당신을 위한 시간이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사실 그 바람보다 앞서 들었던 생각은
감사함이 아닌 미안함이었습니다.
엄마를 걱정하게 만든 시간들이 떠올랐고,
아프게 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으며,
한구석에서
‘그냥 좀 더 잘해드릴걸...’ 하는 답답함이 올라왔습니다.
나의 시선이 머문 곳은 성당의 압도적인 규모보다
기도하는 할머니 그 조용한 뒷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우리 엄마의 마음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