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여덟 걸음, 셋

뒷모습에 놓인 바람

by 독립여행

뒷모습에 놓인 바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어느 날,

작은 마을 로스 아르코스(Los Arcos)에 도착했습니다.

에스텔라에서 몇 시간을 걸어 도착한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성당을 마주했습니다.


산타 마리아(Santa María) 성당이었습니다.

작은 마을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성당이었습니다.

화려한 장식과 높은 천장,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

이런 마을에 이렇게나 큰 성당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잠시, 먼 옛날 이 마을은 얼마나 번성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규모였기에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감탄도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성당 안을 둘러보다가,

어느 한 곳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누운 유리관 앞,

등을 살짝 구부린 노년의 여인이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움직임도 거의 없고,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간절한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 나는 무엇을 '본 것'이 아니라

무엇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그 여인의 어깨너머로

어깨 수술을 앞두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겹쳤습니다.

이제는 자식들의 머리도 희끗해져

같이 늙어간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지만,

엄마의 기도에는 늘 자식들이 1순위입니다.

이제는 자식들이 가장 마지막에 있어도 될 법한데 여전히

자식들을 위한 기도는 하루 한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그 말씀이 성당 한켠, 노년의 여성이 올리는 기도 속에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습니다.


제가 ‘나 좋자고’ 걷는 동안, 엄마는 어깨 수술을 합니다.

수술을 앞두고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시는 그 하루만큼은

기도도 잠시 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당신을 위한 시간이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사실 그 바람보다 앞서 들었던 생각은

감사함이 아닌 미안함이었습니다.

엄마를 걱정하게 만든 시간들이 떠올랐고,

아프게 했던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으며,

한구석에서

‘그냥 좀 더 잘해드릴걸...’ 하는 답답함이 올라왔습니다.


나의 시선이 머문 곳은 성당의 압도적인 규모보다

기도하는 할머니 그 조용한 뒷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우리 엄마의 마음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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