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바이트피자클럽 - 가오픈 이야기 1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엔 고작 5일짜리 사장 놀이었습니다만,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이 매장을 꾸려가고 있는 동생조차 "형, 오픈할 준비가 안된 매장 같아요"라고 오픈 전날에 얘기할 정도의 상태였으니까... (더 이상 얘기 안 해도 어떤지 대충은... 짐작이 가시죠?)
어떻게 됐냐고요? 오픈하는 날 아침까지 이틀을 졸음과 싸우며 결국 문을 열긴 했습니다... 만. 5일을 통으로 가게에서 사장놀이를 한 덕에 매장 밖에서 해야 하는 일은 하나를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5일을 짧게나마.. 정리하자면 (여기까지 쓰고 저는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약속했던 12시 오픈보다 한 시간 밀린 오후 1시에 겨우 문을 열었다. 가오픈 날짜를 왜 하필 주말로 잡았을까, 이걸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배울 수 있을 테니까 괜찮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렇게 가오픈 오픈 이틀 전부터 오픈하고 이틀 동안은 집에서 옷 갈아입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매장에서 보냈다.
피자 한 판이 손님에게 나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40분, 오픈 전날까지도 잡히지 않았던 도우 맛, 아침까지 밀려드는 매장 내부 기물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찾아와 준 고마운 사람들(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아직도 소화를 못하고 있다)
(여기까지 쓰고 또 삼일이 흘렀다... 지금은 6월 20일 토요일이다. 하나, 둘 테이블에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틈틈이 내가 들었던 기분이나 감정들을 기록하는 정도일 것 같다)
문득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냥 눈을 뜨면 가게에 가서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하나둘 찾아오는 친구 형 동생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고, 다시 똑같은 내일을 준비하는 하루. 나쁘지 않은 삶인 것 같다. 건방진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굶어 죽을 것 같지는 않다.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벌 수 있을 것 같다. 고작 일주일 장사해놓고 너무 섣부른 생각 아니냐고 묻겠지만, 그냥... 그냥 그럴 것 같다.
문제는 그러기엔 내가 하고 싶은 것도, 계획도, 꿈도 너무 크고 많다는 거다. 나쁘지 않게 사는 건, 지금의 나에겐 너무 먼 곳이지 않을까.
어제와는 다르게, 이곳에서의 시간이 머지않아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변덕이 아주... 수준급이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덕분에 내가 시간을 써야 하는 것들에 시간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덜컥 와 닿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OBPC라는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려면, 나는 하루빨리 이곳에서 쓰고 있는 시간을 다른 곳에 써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로 주춤,, 했던 더뉴그레이 역시 다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당장 지난 수요일에 만난 29cm에 채워야 할 OBPC의 제품들 촬영도 해야 하고, 그 작업물로 스트롤에도 입점 제안을 해야 한다.
아무튼 계획해둔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 아니해보고 싶다. 사실 OBPC의 문을 여는 건 셔츠에 달린 대여섯 가지의 단추 가운데 하나였으니까. 나머지 단추들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 되면 좋고, 안돼도 배우겠지 뭐(참 뻔뻔하고, 대책 없다)
매장에 오랜 시간 머무르지 않겠다,라고 마음을 먹으니 벌써부터 이 시간들이 그리워질 것 같았다. 손님들이 잦을 때 찾아준 친구들에게 "오늘 와줘서 고맙고 미안해, 다음엔 얘기 많이 하자"라고 얘기하고, 한가할 때 찾아준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벌써 10일이 지났다(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5일 전이다, 너무너무 빠르다 시간).
매일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이 반복되는 시간들, 다른 거라곤 찾아주는 친구들 뿐이었던 시간들, 이 시간들은 나에게 그 어떤 날들보다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내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종류의 시간이었고, 언젠가 이 시간들이 남겨준 '이 묘한 기억'이 분명하게 좋은 역할을 할 것 같다.
'아아, 이렇게 오늘도 이곳에 왔구나'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처음이었다.
OBPC(원바이트피자클럽)을 처음 준비할 때, 나는 살면서 겪은 처음에 대한 기억들을 수도 없이 돌이켜봤다. 나의 수많은 처음에 대한 기억들... 어떤 처음은 너무 긴장돼서 그 처음이 너무 힘들었고(뉴발란스, 윤승아 때가 그랬다), 어떤 처음은 너무 떨려서 아침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지난 여자 친구와 연애를 시작하고 처음 데이트했던 날이 그랬다), 어떤 처음은 제발 빨리 끝나라 라고 기도만 했다(입대하던 날, 수능 보던 날 이런 기분이었다)
일일이 줄을 세워 열거하자니 우리는 너무 많은 '처음'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도 다시 한번 느낀다. 나에게 OBPC라는 처음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처음이었다.
오픈 전까지는 그렇게 완벽하고 싶더니, 문을 열고 나니 '괜찮아, 우리 모두 처음이잖아'라는 말을 매일 하게 된다.
간판 켜고 집에 간 날도 있고, 발주 잘못해서(다 팔아서가 아니다) 치즈가 부족했던 날도 있다. 피자를 엎는 일은 물론, 애들 퇴근 생각 못해줘서 막차 놓친 날도 있고, 에어컨이 자꾸 꺼져서 더워 죽을 뻔했던 날도 있다. 끝으로 나는 아직도 가오픈과 정식 오픈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사실 완벽한 게 더 이상하잖아. 고작 일주일 된 가게잖아(길어지겠다) 일할 때 정말 정말 예민한 내가 이렇게까지 관대해도 되는 건가. 아님 대충 하는 건가. 나도 이런 마음은 처음이라 모르겠다. 처음이니까. 나도, 영기도, 그리고 당신들도 모두 처음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 모든 처음들을 놓치지 말고 새겨놓자. 그리고 되도록이면 즐기자. 서툴고 실수하고 느린 건 당연한 거니까. 아무튼 오늘부터 정식 오픈, 원 바이트 파이팅
뭔가 앞으로의 계획이나 숫자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었는데, 너무 감정적인 글이 되어버렸다. 다음번에 쓸 때는 좀... 덜어내고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