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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n Jul 20. 2020

사장놀이 한 달 동안의 기록 3, OBPC

원바이트피자클럽, 한 달 동안을 기록합니다.

지난번에 8번까지 쓰고 글을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나머지 9번부터 20번까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겠습니다. 일을 조금씩 나누고, 팔로우하고, 도움을 구하고, 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습니다.

한 달 동안 해낸 것들



이게 팔릴까?


1.29cm

유니폼을 만들었고, 포크와 나이프도 만들었고, 이것저것 크고 작은 것들을 만들었다. 만들었으니까 팔아야 했고, 팔아보고 싶었다. 흔한 피자집 굿즈(goods)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29cm에 입점했고, 오프라인 편집샵 두 곳과 입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9cm의 원바이트피자클럽 브랜드 홈


결과부터 얘기할까?

베스트 2장, 데님 2장, 카메라 1대. 총 5개의 제품을 팔았다. '수요 입점회'라는 수요일 단 하루만 29% 엑스트라 세일까지 진행하며 메인 페이지 노출을 했지만... 역시 물건을 파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포마드, 슈트, 반팔, 가방, 캐리어 등... 팔아봤는데 반팔 말고는 제대로 판 게 없다)


대원이 형, 동주 형 도움받아 영기가 잘 만들어 줬는데, 내가 잘 팔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천천히 팔아볼 수밖에...


아무튼 입점을 하기 위해 우선 미팅을 진행했고, 이후에는 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29cm와 주고받은 메일들


계약서 작성, 각종 필요 서류를 29cm 측에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정말 번거롭고, 수고롭지만 해야 한다. 가장 수고로운 일이 남았지만)

각종 서류 및 서식들


그리고 이제 진짜 시작이다.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아마 지옥일 거다). 그러려면 제품 사진(룩북이겠지)을 찍어야 하고, 캡션도 써야 하고, 가격도 정해져 있어야 한다.


데님과 치노 베스트의 사진은 영기한테 맡기고, 나머지 굿즈들은 매장과 매장 앞 연트럴 파크에서 뚝딱 찍었다(새삼 공원이랑 정말 가깝더란 생각을 하면서...)


2. 인스타그램

현재로서는 OBPC의 채널이라고 해봤자 인스타그램 계정(팔로워 451명)과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브런치(구독자 60명) 뿐이지만, 29cm 상세페이지로 이동되는 쇼핑 태그를 달았다.

451분의 소중한 팔로워, 그리고 60분의 소중한 구독자


네이버에 '인스타그램 쇼핑 태그'만 검색하면 금방 나오고,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그저 수고로울 뿐).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것만 참고하면 된다.

OBPC 페이스북 페이지


3. 오프라인 셀렉샵

매장에서만 판매를 하고 싶었지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제품이 먹히는지 검증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오프라인 셀렉샵에도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 몇 군데 샵에 제안을 한 상태고, 샘플을 보내 놓은 상태다.



줄일 수 있는 건 줄여야 한다.


한 달 동안 우리가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계속 체크해나갔다(이 부분은 숫자적인 부분이라 공유하기가 조금 그렇다, 죄송합니다ㅠㅠ). 아무튼 나가는 돈을 줄여야 한다.


우선 매장을 오픈하면 큰돈 나가는 곳이 이렇게 된다.

월세

인건비

식자재/주류/음료

마케팅비

세금


이 부분은 태오가 실무를 도맡아 해주고 있다. 나는 팔로우하는 정도가 전부다. 발주, 급여, 비용처리, 현장까지 태오가 죄다 하고 있어서 부담이 적지 않을 텐데, 나는 '처음이니까 니랑 나랑 잡아두고 분배를 하자, 믿을 수 있는 게 니뿐이다'란 말 한마디 던지고 괴롭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얼른 자리 잡자 태오).


고맙고 미안하다...


월세와 세금은 어쩔 수 없다. 아깝지만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다. 단, 세금은(부가세 같은 경우는 3개월에 한 번씩 날아온다고 한다) 미리 잔고에 만들어 둬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줄일 수 있는 곳은 결국 식자재와 인건비, 그리고 마케팅비 정도가 되겠다.


식자재는 업체들을 계속 쪼아주면서 단가를 비교하고 낮추고 낮춰야 하고(퀄리티는 유지하면서), 인건비는 파트타이머 인원을 늘려 주휴수당을 주지 않을 정도로 쓰는 것(주 15시간 근무 이상 주휴수당을 무조건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 비는 되도록 쓰지 않을 것.


그리고 전기세, 가스비, 세스코, 인터넷 등 매달 나가는 돈도 체크해둬야 한다. 미리미리 내지 않으면 불어나는 건 순간이다. 방학 시작할 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방학숙제가, 돌아서면 어마하게 커 보인다.



노무사와 세무사


노무사는 직원들 사대보험과 급여 관련해서 꼭 필요하고, 세무사는 세금을 세게 맞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필요하다. 무조건, 무조건 필요하다. 처음에 서류 몇 장만 오고 가면, 이후는 확실히 편하고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일자리 고용지원금'이라는 게 있다. 나라에서 10만 원을 급여를 위해 지원해주는 건데(조건이 또 있다), 노무사님이 아니었으면 죽어도 몰랐다. 그리고 또 사소하지만 몰랐던 것들을 알려주고, 번거로운 작업을 대신해 주신다.



지나가는 사람을 어떻게 잡을까?


비싼 만큼 좋은 자리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워킹이라고 부르는 손님들을 최대한 잡아야 하는 자리였다.

it's pizza o'clock!

처음에는 메뉴 거치대를 만들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메뉴를 보고 지나가곤 했다. 그렇지만 메뉴 이름이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에(소불명이, 포테로니 등등)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입간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철우가 디자인을 도와주기로 했다. 자기가 하고 싶다니까 말리지는 않았는데... 받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얼른 돈 벌어서 밥이라도 사줘야지... 아무튼 지나가며 사진 보고 '우와, 피자집인가 봐. 맛있겠다'라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며 괜한 짓은 아니었구나 한다.



두 번의 회식


6월에 문을 열고, 6월이 끝나기 전에 한번. 그리고 7월 12일, 딱 한 달 되던 날 한번. 두 차례 회식을 했다. 술 권하지 않는 내가 술 좋아하는 애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술을 마셨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소주가 달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쓰지는 않았다.


주방에서 빡세게일하고 있는 애들

첫 회식은 숙제 같은 기분이었다. 애들 택시비 챙겨주는 것도 부담이 돼서 가게 문을 2시간 일찍 닫고 자리를 가졌다. 돈이 없으니까 비전을 팔아야 했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문을 열었고, 이제 더 많은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줄 거다. 그리고 가게는 첫 단추일 뿐이다. 많은 목표가 있으니까, 믿고 따라와 줘라. 뭐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두 번째 회식은 즉흥이었다. 3주 전과 다르게 이제는 조금 바쁜 매장이 되었다(애들 앞에서 조금 면이 섰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를 팔았고, 앞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하게 될 거다. 그리고 고맙다. 너네가 다 한 거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 즈음 감성에 절어 애들한테 보낸 카톡


다들 잘 자고 있지? 너네한테 고마워서 몇 글자 쓴다.

우리 오늘 얼마 팔았는지 아냐. 이거… 너네가 다 한 거야. 맥도널드 입에 물고 재료 준비해가면서, 담배 한 대 못 태우고 30도 바깥보다 더 뜨거운 주방에 갇혀서, 고개 바닥에 처박고 누구는 도우만, 누구는 토핑만, 누구는 워싱만 몇 시간을 쉬지 않고 해 줘서 이룬 거야. 정말 너네가 다 한 거야.

많이 팔아서 고마운 게 아니라(물론 이것도 좋아) 개같이 고생하면서 내 가게다, 내 일이다,라고 생각해줘서. 요령 안 피우고, 징징 안거리고, 묵묵하게, 우직하게 4주를 달려줘서 고마워. 많잖아. 열심인 척만 하고, 실체는 없는 깡통 같은 사람들.

오픈 첫날 첫 피자 47분 걸렸던 거 기억하려나. 나 그때 솔직히 막막했다? 오늘도 손님 몰리니까 50분, 1시간 걸렸잖아. 근데 나 진짜 겁 하나도 안나더라. 너네 있어서. 이번에도, 앞으로도 잘 헤쳐나갈 거야 우리.

이곳을 찾는 손님들한테 ‘부디 이곳에서의 시간이, 한입이 좋은 기억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곳을 함께 만들어가는 너네한테도 이곳의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기를 바라. 돈 많이 벌건 모르겠다(나부터 많이 벌게). 아무튼 월급 보내고 돈 남으면 술 먹자. 다시 한번 고마워.

라고 어제 새벽에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지금도 어제만큼 팔았고, 손님들 빠르면 10분 늦으면 20분 안에 피자 드실 수 있었다. 것봐, 우리 잘 헤쳐나갔다.


그리고 명함


명함을 만들었다.

every pizza on earth is delicious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옮긴다.


명함이라는 게 처음 생겼던 날. 그 날의 기분이 아직도 종종 떠오른다.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게 했던, 병장 계급장보다 무겁게 느껴졌던, 만원도 안 하는 200장짜리 명함 뭉치. 돈 몇백만 원보다 종이 쪼가리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명함을 만들었다. 우리끼리 하는 소꿉놀이에 그칠지 몰라도, 애들한테 그때 내 기분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었다. 각자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내 거대한 목표,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은 편지라도 한 장씩 써주고 싶었는데, 주말에 도착해서 포스트잇에다 간략히 마음을 담았다.

돈 3만 원에 애들이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먹어주면 잘한 투자고, 그게 아니라도 포토샵이 즐거운 기억일 수가 없는데, 즐거운 기억이었으니까… 그거면 됐다. 이제 그 명함 쓸 일 많이 만들어줘야 하는 게 내 일인 것 같다.



소셜 광고, 그리고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광고를 집행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인플루언서를 부르기 시작했다. 블로그도 작업을 시작했다.(몰랐겠지만, 다들 이렇게 하더라...) 안 하고 싶었지만, 해야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게 현실이라서.


다 집행한 광고였다(나 너무 솔직한가?). 자신 있었다. 사람들이 찾아주었을 때, 그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줄 자신은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OBPC란 곳을 알게 하고, 그곳에 찾아오게 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우리가 설계한 공간과 피자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은 타협했던 것 같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는 곳 잘 없더라) 물론, 시간을 두고 차츰차츰 천천히 알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정말 자신도 있고), 계획대로 가기 위해선 필요했다.


그리고 블로그.

204개의 블로그 리뷰

문을 열고 한 달 반이 지나고 있다. 7월 20일 현재 블로그 리뷰는 204개가 달려있는데, 그중 24개 정도만이 실제 방문해주신 분들의 리뷰고, 나머지 리뷰는 체험단 및 포스팅에 비용을 썼다.


너무 솔직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것 같아서...



그리고 새 프로젝트

지구에 맛없는 피자는 없다

OBPC라는 브랜드와 별개로, 피자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다룰 생각이다. 그냥 폰트 타입 로고 정도는 보여주고 싶어서...(사실 이것밖에 없기도 하고) 아무튼 이렇게 계속 크고 작은 시도들을 계속해볼 생각이다. 실패하고, 성공하고,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



그 밖에도 매일 밤 운동을 가고, 세트와 세트 사이에 브런치를 쓰고, 아울 라운지 직원들 프리랜서 긴급 생활지원금 서류를 만들고, 더뉴그레이 미팅을 하고, 인터뷰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는 너무너무 빠른데, 그 모든 순간을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노력하면서요.


매번 이렇게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면 뒷심이 부족해서 날려쓰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ㅠㅠ



사장놀이 한 달 동안의 기록 2, OBPC


사장놀이 19일간의 기록 1, OB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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