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바이트피자클럽, 6월 12일부터 오늘(7월 12일)까지를 기록합니다.
정말 많은 것(온갖 것을 다 했어요 정말)을 해낸 한 달이었습니다. 내가 나한테 '넌 정말 할 만큼 했어' 란 마음이 들었을 정도의... 그런 한 달이었으니까요. 7월 12일 새벽인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만...
힘들진 않냐구요? 힘들어요. 매일 아침마다 눈 뜨는 게 전쟁이고, 뭐라도 입에 넣으면 식곤증이 몰려와 자기 직전에야 먹는 십 년 묵은 습관을 다시 불러 일깨웠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요. 이렇게 하루가 끝나고 딱 한 시간 운동하면서 세트와 세트 사이에 하루를 정리하는 글(지금 이 브런치처럼)을 쓰는 지금... 이때는 모든 하루가, 모든 순간이 좋았어요.
아무튼 지난 한 달 동안을 써보려고 해요. 부디 일주일 안에 쓸 수 있기를
우선 하나씩 나열해 보았다. 돌이켜보니 덜컥 숨이 막혔다. 이렇게 많은 걸 했구나...
하나 씩... 짧고, 빠르게 짚어보고 넘어가려고 한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1. 위치등록
우선 위치등록부터 했다. 다음과 네이버, 그리고 구글에 OBPC를 등록하는 작업을 했다. 어렵지는 않았다, 번거로울 뿐. 다만 매장 사진, 메뉴 사진, 메뉴판, 가격 등 필요한 것들이 제법 된다. (처음 등록하려고 시도를 했을 땐 메뉴 사진 한 장 없었고, 가격도, 메뉴 이름도 정하지 않았을 때였다)
아무튼 메뉴 이름, 가격을 서둘러 정하고 메뉴판부터 만들었다. 피자 사진 한 장 없는 소셜 계정과, 위치등록을 오픈에 맞춰 겨우 할 수 있었다.
2. 메뉴 촬영/ 업로드
가오픈은 이미 해버렸고, 매일 곳곳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나, 둘 손님들이 '사진 없어요?'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네이버를 채워야 했다. 하루에 피자 한판씩 찍자는 마음으로 브레이크 타임을 활용해 촬영을 했다.
피자만 찍고 버리기엔 아까워서, 우리는 그 피자를 밥으로 먹었고, 소셜에도 올릴 수 있도록 약간의 수고를 더했다(겸 겸 을 좋아한다... 뭐 할 겸, 뭘 하는 것).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피자와 함께 보여주는 것.
아무튼 6일 동안 피자를 찍어서 네이버에 추가를 했고,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나씩 업로드했다. 메뉴를 설명하는 텍스트도 업로드를 하면서 정했다.(속도가 빠른 거라고 하자... 대충 하는 건 아니니까)
3. 인스타그램 업로드, 관리
오픈을 하면 "하루에 하나씩은 업로드한다"라는 지키지 못할 목표를 세웠었다(목표는 어디까지나 목표니까). 그리고 계정 자체는 스트롤(@strol.gwanggyo)처럼 심플한 이미지가 주를 이루고, 텍스트는 따듯하게 운영하고 싶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히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6월의 목표는 메뉴와 공간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 그리고 지난 7월 8일 29cm에서 릴리즈한 제품들을 하나둘씩 소개하는 것이었으니까. 틈틈이 고민하고, 포토샵으로 뚝딱 만들어서 피드를 하나씩 채워갔다.
참! 오픈 전 200명 조금 넘던 팔로워가 오픈하고 7월 13일 현재 444명이다. 고작 가게 계정에 팔로우를 주는 게 쉽지는 않은데, 무려 2배가 늘었다. 뉴발란스 공유 15,000건 보다 더 뜻깊다고 해야 할까.(444분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4. 이런 것까지 해야 해?
오픈, 마감 매뉴얼(매뉴얼이라고 하니 너무 근사한데 '그냥 틀이 조금 잡혔다'가 맞는 표현 같다)이 잡히고 난 이후로는 너무 늦게 끝나지 않는 이상 마감 후 더도 덜도 말고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나는 그 한 시간, 세트와 세트 사이에 가게를 찾아주신 손님들이 남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속 흔적을 찾아 한분 한분 연락을 드린다. 오픈 초반 웨이팅이 몰리고 할 땐 손님들이 피자를 한 시간씩 기다리곤 하셨는데, 그 불편했던 기억을 조금이나마 잊게 하고 싶어서(A/S인가...). 그리고 찾아주셔서 고맙단 인사를 한번 더 하고 싶어서.
맛있는 피자를 준비한다, 사실 그것도 결국 좋은 기억을 남기는 일이다. 나는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기억만 남겨드리고 싶다. 부디 좋은 기억만 갖고 가시길... (더 열심히 할게요!)
아, 그리고 찾아준 친구들에게도 한 명, 한 명 잊지 않고 와줘서 고맙다고 연락을 한다. 정말 고마워서, 이 먼 곳까지, 고작 나를 위해, 찾아와 준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해서... 10년을 서울에서 살았는데 매일 잘 살았다는 실감을 하게 한다.
5. 서빙, 서빙, 그리고 서빙
요즘 나의 하루는 이렇다. 눈을 뜨면 가게에 간다(10시-11시). 평일에는 저녁 직전(17시-18시)까지는 카페에서 맥북으로 일을 하고, 저녁부터는 매장에서 서빙을 한다. 주말에는 서빙, 그리고 서빙만 한다.
사실 너무 재미있다. 몸에 맞는 것 같다. 매일 찾아오는 친구들을 만나고,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정말로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땀쟁이라 매일 땀에 젖는 것, 해야 하는 것을 못하는 것 말고는 모든 게 좋았다.
6. 손이 참 많이도 간다...
매장을 고작 한 달밖에 운영하고 있지만, 정말 매일... 정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야 할 것이 생기거나, 바꿔야 할 것이 생기거나, 뭐가 고장이 나거나 같은... 온갖 문제가 생기곤 한다. 그런 것들을 채워가고, 바꾸고, 만들어갔다.
-1. 웨이팅 리스트
사람들이 하나 둘 찾기 시작하고, 기다리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웨이팅 리스트를 만들었다. 일주일만의 일이었다(물론 예상하고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를 일주일 후부터 진행했으니까).
문제는 하루에도 2장, 3장이 넘게 손님들이 리스트를 작성하고 기다려주셨는데, 처음엔 우리가 헉헉거리며 1시간을 기다리게 한 적도 있었다(이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자).
-2. 가방걸이
아차 싶었다. 손님들의 짐을 둘 곳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겉 옷을 둘 곳이 없었다. 테이블 안쪽에 가방걸이를 박기로 했다. 이럴 때 경험 부족을 강하게 느낀다. 이 별것 아닌 것을 내가 놓쳤다니...
-3. 프라이팬, 믹서기, 피자 삽...
김치를 볶다 보니 프라이팬 코팅이 죄다 벗겨졌고, 삽 하나로 오븐기 두대의 피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믹서기는 2L 용량으로 소스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피자와 함께 나가는 소스들이 하나 둘 늘어가며 소스통은 회전 한 바퀴가 어려워졌다. 주방에서 필요한 것들은 최대한 빠르게 채워나갔다. 그래야 피자가 빨리 나오고,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니까.
-4. 미끄러운 바닥, 그리고 더운 매장
바닥에 우드칩을 깔았다. 나무향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오븐에서 피어오르는 피자 향이 섞이는 게 너무 좋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위생과 청소는 주기적으로 갈아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3일 정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닥이 미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하루에도 몇 분이나 넘어질 뻔했고, 심지어 나는 꽈당 미끄러졌다.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세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계속 이렇게 매장을 운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바닥에 데크를 깔기로 했다. (비버 랩 대표님, 식구분들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큰 문제가 더 있었다. 너무 더웠다. 창문을 열어서 벽과 벽 사이를 마주 보는 테이블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창문을 여는 순간 더워졌다. 실외기를 옮기기도 했는데, 카바가 되지 않았다. 장마가 시작된 지금 서큘레이터나 에어커튼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선이 노출되는 건데, 그건 사실 지금도 고민이다.
7. 메뉴, 그리고 술
매장을 열고 가장 많이 들은 피드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이드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맥주가 조금 다양했으면 좋겠어요'였다.
-1. 사이드
사이드는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감자튀김, 윙처럼 지나가다 어디를 들어가도 파는 사이드를 팔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튀김기 자체를 매장에 들이지 않았다.
광민이 형 회사의 메뉴 개발팀 팀장님과 메뉴 회의를 했다. 아직 테스트를 해보기 전이지만, 홉 샐러드와 오븐기에 돌리는 매쉬드(으깬) 포테이토를 생각하고 있다. 주변에서 드레싱 레시피도 흔쾌히 알려주셨고(언더 오챠드 형님 너무 고맙습니다), 늦어도 7월이 지나기 전에는 테스트를 끝내고 출시를 해볼 생각이다(할 수 있을까요?).
-2. 맥주
주류는 아울 시절부터 많이 괴롭혀서 죄송했던 서영 주류와 거래를 하기로 했다(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그리고 아울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FJ의 임기묵 대리님을 통해 위스키(듀어스)를 쓰기로 했다(그런데 이분은 아직도 안 오셨네!?). 맥주는 매장이 조금 자리 잡고 마이크로 브루어리와 우리 맥주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OB에서 레드락과, 구스 아일랜드 IPA를 쓰기로 했다.
레드락 5,000원, IPA 9,000원... 4천 원의 갭(gap)을 조금 줄여줄 맥주가 필요했다. 그래서 카브루라는 도메스틱 브루어리를 만났다. 한 차례의 미팅 끝에 IPA보다는 조금 덜 쓰고, 라거보다는 조금 홉이 더 강한 APA(아메리칸 페일 에일)을 쓰기로 했다.
자신의 가게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될 이야기
먼저 주류 브랜드와 계약을 하고, 동시에 유통회사를 한 곳 껴야지 주류를 받을 수 있다. 잔 같은 거 주류에서도 챙겨주고, 유통에서는 간혹 쇼케이스 냉장고를 대여해주기도 하니까 참고하시길. 아! 그리고 은행에서 사업자 통장을 만들고, 주류카드도 발급받아야 한다. 한 번에 결제를 하기보단 주기적으로 자주 해주는 게 타격이 크지 않다...(몰아서 하면 덜덜 떨린다...)
여기까지 쓰고 또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버릴 것 같아서, 여기까지 쓰고 다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쓴 글은 매장 현장에서 전반적으로 채워나갔던 부분에 대한 글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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