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잊지 않는다.

바다...(5)

by 야청풍

어린 시절 나는 모래사장에서 성을 쌓았다.

파도가 밀려와 모두 휩쓸고 가도, 나는 다시 쌓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걸. 무너져도 다시 쌓는 것, 다시 사랑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


파도는 잊지 않는다.

우리가 남긴 발자국, 웃음소리, 눈물방울까지 기억 속 어디엔가 저장해 둔다.

바다는 과거를 잊지 않되, 그 기억을 고요히 씻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 앞에 서면 묵은 감정들이 천천히 풀려간다.


내 안의 작은 파도도 그렇다.

감정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조율한다.

파도는 잊지 않지만,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간다. 그래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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