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들이 많이 있는데도... 아빠의 마음속에는 너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과 여운들이 잔상처럼 남아 있고, 앞으로의 수야가 부딪치고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아빠의 마음, 기분이 참 묘하다. 어떤 딱 한 가지 생각과 느낌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들이 섞여 있고 교차하고 있구나.
먼저 아빠의 마음은 미안함이다.
수야가 지금까지 몸 담았던 단체 대표님께 미안한 마음을 쉽게 금방은 떨쳐 버릴 수 없이 남아있다. 대표님은 너희가 호주를 꿈꾸고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은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지 지금의 심정상 좀 그렇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야가 단체를 나와 스스로의 독립된 삶을 선택한 것은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빠하고 많이 논의하고 동의 한 길이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서도, 너의 선택이 결코 경솔하거나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게 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쉬움이 있다.
수야가 동생과 함께 들어간 단체에서 끝까지 동생과 함께 있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좀 있다. 그럼 타국에서 수고하는 단체 대표님 부부에게도 보람과 힘이 되고, 아빠 엄마도 너희들에 대하여 보다 안심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아빠 마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계속 아쉬워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어떻게 모두가 정형화된 삶을 살 수 있겠느냐? 또한 나하고 정말 맞지 않는 생활은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아빠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수야가 동생과 함께 있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우리 어른들인 엄마 아빠의 기대이지, 너희 삶을 아빠가 다 주관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기 자식이라고 무조건 통제를 해서도 안 되는 것도 아빠는 잘 알고 있단다.
한 가지 염려하는 점은 있단다.
과연 우리가 오늘 결정이 진정 잘한 것인가? 주변에 사람들이 염려하는 분위기인데 내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닌가? 혹시나 수야가 제대로 된 길로 가지 못한다면 아빠는 무책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가? 아빠의 책임이 두렵다기보다, 자식을 잘못 지도하는 어리석은 아비가 될까 싶은 두려움이 내심 있다. 자식이 아비의 잘못된 결정으로 힘들게 된다면 아비로서 부끄러움을 넘어 큰 고통이 아니 겠느냐?
하지만 아빠는 결코 이러한 마음들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빠 마음이 묘한 것이다. 어떤 후련함 같은 마음도 있다. 답답한 문제를 해결한 듯한 시원해진 느낌 말이다. 수야가 그동안 힘들고 답답했던 마음이 내게 전이되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 내 딸이 진정 힘들하는 것이 있고, 살고 싶은 삶이 있는다면 아빠는 이해하고 기꺼이 응원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사람이 단체 속에서 배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삶을 끌려가듯 사는 것은 결코 마땅치 아니하다고 생각한다. 수야 마음속에 단체의 규율과 통제가 과도하고 불합리하고 여기는 것도 이해한다. 자유와 새롭게 도전하는 수야의 마음의 태도가 어쩌면 아빠가 지금까지 살아온 태도와도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단다.
또한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나는 틀에 박히고 자기 편하면 그만이라고 생각과 삶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은 자유롭되 책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책 없이 설치거나 조그만 힘이 들면 도피 식으로 처신하는 것은 경계한다. 나는 수야가 창의적이고 도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질이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 반가운 마음도 있다. 꿈이 있는 사람은 편하다고 안주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살기 때문이다.
아빠의 기대는 자유의 가치성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아빠는 사람이 아무리 뜨거운 신앙도 자유를 상실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도, 우정도, 인격도, 교육도, 행복도 자유를 배재하거나 박탈하면 본질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자유는 인간의 고귀한 요소, 인간의 존엄성과 건강한 영성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사람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살아가면서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단다. 아빠가 여기까지 오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자유에 대한 가치 인식과 갈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는 방종하고는 거리가 멀다. 자기 멋대로 사는 것하고 다르다. 자유는 항상 도덕적 책임이 동반된다. 또한 자유는 도덕의 존재 기반이기에 정말 귀중한 것이다. 아빠는 우리 수야가 자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한편 기쁘고 기대도 된다.
수야! 우리가 이미 카톡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전화로도 했지만 지금의 마음의 생각들과 심정들을 글로 남기고, 너에게 다시금 아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도 한 번씩 우리가 어떻게 지난날을 걸어왔는가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둘째 딸 수야! 우리는 지금 아빠의 마음은 이런 마음이다. I' ll cross the stream, I have a dream!(나는 물을 건널 것이다. 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같은 마음이기를 바란다. 10월 20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