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너라는 반짝이는 햇살

by 현정아

받아쓰기



자음과 모음이

제자리를 찾아 마주하는 일

가나다라 이어지는 단어와 단어


‘앵두’가 ‘앵도’가 되고

‘도라지’가 ‘도리지’가 되어가나

앵두는 앵두이고,

도라지는 도라지이니


점 하나의 차이로

이렇게 달라지는

낱말의 모양대로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연필 쥔 손등이

참으로 귀엽다


틀리면 어떠리

앵두가 무엇인지

도라지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네가 기특해

받아쓰기하는 딸아이에게서

어른의 말공부를 배운다


적당하게 쉬어감의 사이사이

호흡을 가다듬고

말할 때도 그렇게

점 하나 차이로

달라지는 말들이

상처되지 않도록


좋은 말, 참다운 내 마음

나다운 말로 전해지도록

키우고 가꾸어 가야 함을




아이와 받아쓰기 연습을 한다.

따라 쓰고 익히는 사이 처음 알아가는 단어와 단어 사이 점 하나로 다른 의미를 만나게 된다.

바르게 쓰면 좋겠지만, 한 번에 잘 쓰면 좋겠지만, 잘 읽어가면 좋겠지만

그건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엄마의 욕심.

서두르지 말자. 아이의 속도대로 읽고 쓰는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주어진 현실 사이에 끙끙대며 단어 하나까지 맞추어야 하는 아이의 손등 위로

받아쓰기 급수장의 글자들이 요란하다.

그래도 하나씩 익히는 그 모습이 이뻐서 '도리지'든 '앵도'든 웃음이 난다.

꼬물거리는 손등 위 꼭 움켜 쥔 연필 모양이 사각사각거리며 힘을 내어 본다.


점 하나의 차이로 달라지는 의미는 나에게 다시 박힌다.

내가 어떤 말로, 글로 써야 할지 되새기는 말공부의 시간이다.

못한다고, 늦다고 타박하기 전에 예쁜 단어와 마음으로 용기를 주는 엄마가 되어 본다.

말에도 호흡과 근육이 있어 생각의 필터를 열어 차분하게 되새기며

당당하게 나올 좋은 말들로 내 마음을전하여 보자.


좋은 언어의 힘은 나와 네가 함께
이루어갈
세상의 참다운 소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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