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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Mar 30. 2024

물안개

See wet fog


물안개


산허리 감싸 내어준 세월 따라

휘감은 눈물이 아롱지어

어떤 마음으로 깊이 박히어 굽어 삼키었나

대지가 쥐어준 말 없는 나눔

그 안에 초롱초롱 맺힌  

이슬의 크기만큼 

초록 숨결

튕기고 튕겨내

두 눈 가득 뿜어내는 

너는 물안개




작년 9월에 이틀간 여성관리자 리더십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시간에 맞추어 교육 장소로 도착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어느새 바뀌어가는 계절을 사이를 두고 출근길이 아닌 다른 길을 지나는 것으로도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는 내 마음은 

이른 아침 상쾌한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즐겁다. 

리더십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여름과 가을 사이 찬란하게 빛나던 계절이 넘어가는 시점에서의 교류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내려간 온도만큼이나 피부를 통해 쉽게 느껴졌다.  

여름의 청량함과 가을의 익어감은 시시각각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자연의 소리를 관찰하고 들으면 다. 

사계절이 주는 변화는 우리에게 불편함과 짜증을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 속을 유유히 흐르는 일상에서의 다양함을 내어주는 선물과도 같다. 


각각의 계절마다 마음가짐이 다르고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도 다르다. 

시작을 이어간 열정적인 순간과 내려놓음과 쉬어감의 시간을 잘 알고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나의 에너지를 다시금 일으키게 하는 회복탄력성의 기질은 계절의 섭리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휴식과 열정 사이의 공존은 푸르른 나무의 인내와도 같다. 

나의 인생을 잘 이해하려면 무작정 앞으로 달려가기보다 돌아보는 자세 또한 너무나 필요하다. 

 

도착할 장소에 다다를수록 무성한 자연은 눈앞에 아름답게 펼쳐진다. 

보슬거리던 비만큼 한껏 품어 내린 안개의 자욱함은 형용할 없는 웅장함이다. 

이미 산허리를 머금은 새벽이슬의 방대함은 비가 불러낸 산의 전령인가 보다. 

필히 어딘가에 크나큰 물웅덩이가 가까이 있으리라 느껴지는 촉촉한 관경이다. 


호수였다.

나중에 알게 된 이름이지만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히는 원남지가 눈에 보인다. 

호수를 끼고 산은 고요하게 둘러져 있다. 

물과 맞닿은 하늘의 그림자는 안개이다. 

그래서 한참 전부터 산을 감싸 돌던 안개는 흐리도록 젖어 있었구나. 

마치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안개는 말이 없으나 뿌리까지 머금도록 나무를 품어 낸다. 
참으로 고운 아침이다. 
계절을 따라가는 자연은 이토록 경이롭고 고마운 존재이다. 
자연에서 숨을 쉬고 살아감이  이토록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니.


교육 출장 장소에서의 아침 전경

♡ 오늘 하루도 수고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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