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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Mar 23. 2024

있는 대로의 빛깔을 품다


비     

    


비가 온다

노란 비가 온다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비 사이로 노오랗게

흐트러진 빛깔들이

     모여 모여 진해진다     


비는 투명해서

세상을 그대로 비춘다

빨강이면 빨갛게

초록이면 생그럽게

검으면 검은 대로

달팽이 똥처럼

    정직하다     


만약 내 맘에도

비가 내리면

무슨 색일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추어 나릴

비의 색깔은

    어떤 빛일까     


감정의 크기만큼

여러 가지 색깔들로

나타나겠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모든 마음 그대로

소중하게 품어낸 후

하늘 끝까지 펼쳐질

무지개의 빛깔로 되살리어

비의 마지막 선물처럼

그려내고 싶다는 것





어느 날 고등학생 딸아이를

태우고 가던 길이었다.

비가 오고 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지나가는데 빗물이 나무에 부딪혀 차 지붕 위로 튕겨진다.

그 소리가 너무 쁘고 좋았다. 오는 풍경과 맞물린  FM 음악의 선율도 잔잔하여 세상의 소리가 예쁘게 담기어져 갔다. 워낙 비 오는 차 안 음악 사이의 시간을 좋아하여 그때의 감흥을 시로 나타내어 보았다.


비는 오는데 투명하고 맑아 내리는 공간의 색깔에 이미 맞추어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비는 어디에 있든, 어디 내리든 있는 그대로 품어낸 것이다.

무엇 하나 보태지 않고 노란 꽃에는 노란빛을, 초록 나무의 잎사귀에도 초록의 빛깔을 내린다.

나의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면 예쁜 색깔을 품어낸 자연의 빛처럼

있는 그대로의 빛깔을 그저 욕심 없이 적셔내고 싶은 소망을 지녀본다.


내가 모든 걸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품어낸 마음의 빛깔조차 바라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지녀 당당해지기
그리고 소중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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