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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Apr 06. 2024

봄이 오는 소리

네가 부르면 내가 되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겨우내 움츠린 봄비 먹은 나무

부름켜를 흔들어 신호를 한다

나무 끝마다 봄이 오는 소리 

     새순이 돋아나며 대답을 한다      


이곳에서 너를 부르면 

저곳에서 내가 대답해

 여린 순 곱디곱게 틔워낸다  

  

겨울의 이해를 한껏 품은 

세상의 빛깔은 봄이 오는 소리


우리도 봄이 되어보자

웅크려진 마음 뒤에

      품어진 빛깔 숨기려 말고     


이곳에서 손짓해 부르면

저곳에서 다정한 목소리

따스한 소리로 마음을 다해

봄의 빛깔 초롱초롱 피워내 보자 

     

땅에서부터 이어진 부름의 소리는 

하나로 연결된 서로의 다정함


나무가 속삭여 새순을 밀어내듯

이리도 달콤해진 따스한 마중

봄이 오는 소리     


우리도 봄이 되어보자

이곳에서 너를 부르면

저곳에서 내가 다정한

        봄바람 향기만큼 포근해지게       



   



  봄이란  
모르던 사이 시작된
수줍은 첫인사의 다정한 기억



날씨가 제법 풀린 3월 초 주말에 근처 중학교 운동장을 운동삼아 걷기 위해 나왔다. 

주민에게 개방된 학교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데 

이미 운동장 빨간 트랙을 돌며 운동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다. 

막내 은솔이와 아빠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걷기 시작했다. 

바람은 찬 듯한데 날은 제법 풀려 온도가 기분 좋을 정도로 포근하였다. 

운동장을 돌다 보면 나무와 꽃들이 봄을 준비하느라 제법 한들거린다. 


따뜻한 봄 햇살 맞이에 기지개를 켜나 보다. 

산수유의 앙증맞은 노란빛은 주변을 따사롭게 비춘다.

연둣빛의 새순은 부드럽고 연하지만 가장 소중한 지금을 만들어 준다.  

천천히 걸으며 이동하다 보면 목련의 솜털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겨우내 참았던 세포의 생장이 나무 가지 끝 작은 솜털로 싸이어 '빼꼼' 눈을 내밀고 있다. 

자연은 우리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사계절의 절기를 이해하여 담아가나 보다. 

목련의 하얀 꽃잎을 품은 꽃봉오리 솜털을 보니 자연이 가진 신비함에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뿌리부터 나뭇가지 끝으로 이어진 하나의 관계는 

이쪽에서 부르면 저쪽에서 알맞게 대답해 주고

'어영차' 보기 좋게 밀어주며 햇살을 당겨내는 서로의 도와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봄은 서로를 다정히 불러주고 도와주는 소리이구나!


우리 사는 세상도 나무의 이어짐처럼 적절한 피드백이 필요하겠다. 

이것을 봄의 새순들을 통해 배워간다. 


내가 다정히 불러주고 네가 잘 대답해 주는 관계는 

자신만의 생각대로 판단하여 오해하고 섣불리 표현해 내는 것이 아니다. 

조화롭게 이어지는 서로의 소통은 결국 

뿌리부터 나무 끝까지 건강하게 연결돼 새순이 '빼꼼' 나오듯 

다정한 피드백이 하나로 이어져 웃음으로 영글어 맺히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다정함의 자리는 
행복한 마음의 꽃봉오리로 좋은 향기 내내 품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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