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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Apr 02. 2024

1시간의 의미

바람에 봄이 실려오다


내게 주어진 1시간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자기 전 독서와 필사, 글쓰기를 하는 나에게  그 시간만큼은 다르게 다가온다. 

평소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그것에 대한 소감이나 느끼는 감정에 대해 기록한다. 나로서는 그것이 꽤나 흥미진진하면서도 일상이고, 일상이지만 귀하디 귀한 의미로 새겨진다. 

필사를 하게 되면 눈으로 보다가 손으로 다시 읽게 된다. 그 읽힘을 통해 몸으로 전달되는 감정은 다시 온몸을 통해 켜켜이 채워진다. 벅찬 기쁨이 전율로 이어진다. 마치 파이프의 힘찬 요동에 의해 물이 맑아지는 것처럼 서서히 채워져 간다. 소소한 글귀가 지닌 커다란 뜻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인생의 행로를 쥐어주는 나침반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나의 루틴이다. 


 필사할 때 나는 그림을 그려 넣는다. 다이소 물감과 스케치북은 나의 좋은 친구가 된다. 평소 미술도구와 재료, 전문적인 이론적 견해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그저 스케치북 여백에 소소하게 그려 넣는 순간이 좋다. 재미가 있다. 색깔로 보이는 세상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글에 힘이 생긴다.    


 붓에 물을 적셔 물감을 묻힌다. 휴지에 적당히 닦아 농도를 맞춘다. 물감 색깔이 다양하지 않아도 진하기와 연하기의 농도 차이로 다양한 색을 만날 수 있다. 꽃과 나무, 하늘, 나뭇잎 등 자연의 빛깔을 담아내 본다. 가끔 붓에 물감을 왕창 묻혀 흩뿌리기를 하면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이 완성된다. 아마추어 수준이나 나름의 방법대로 그림 그리는 순간은 이대로도 너무 좋기만 하다.  

    

 기본적인 수채 방법을 배우고 싶다. 무언가 배우는 자체는 신이 난다. 더욱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 색이 주는 경계에서의 기본을 알아가고 싶다. 색깔을 통해 다양함을 알아가고 모두가 공정하다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알아간다. 그렇게 알아낸 수채 기법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담뿍 담아내고 싶다.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풀잎에도 이슬을 주며, 나무의 결에 따라 바람의 속삭임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노을 언덕에 비친 사랑이 꽃피는 마을은 쉼이 있는 공간으로 내내 익어간다.     


계절이 지닌 자연의 향기를 예쁘게 그리고 싶은 마음은 시간마다 차곡차곡 쌓이어 간다. 

바탕을 이룬 자연의 품에 좋은 문장을 고이고이 적어 나의 시로, 나의 글로 화답하여 가는 삶을 이루어가는 것이 그저 나는 행복하다. 무언가 할 수 있고, 꾸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에 힘을 주는 기둥이 된다.


좋은 글은 만나는 것은 마음을 녹이고 우울함을 지워내며 슬픔의 감정을 잘 여미는 좋은 방법이 된다. 주변에 귀를 기울이되 내면을 밝히는 힘은 결국 책을 통한 나의 이해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시간의 삶은 책을 통한 접근과 필사를 향한 감정의 어루만짐, 그것을 향해 가는 나 자신의 올곧은 글쓰기이다. 

글은 생명이고 삶의 단편적인 기록을 통한 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봄을 노래하는 바람이 되어주는 지금의 계절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벅찬 감동이고 기쁨이다. 글을 생각하여 다시 읽어가는 삶은 행복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1시간을 무엇이든지 가장 좋아하는 일로 당당히 지니어 가 사랑하는 나만의 일상으로 발돋움하여 마음이 포근해가면 그것으로도 기꺼이 행복이겠다. 긍정의 그 힘을 믿는다. 



내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지낼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점이 모여 선을 이루듯
하나의 좋아하는 일로
차곡차곡 이루어간 일상의 합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시간으로 채워져
스스로 움직이게 되는 영역으로의 성장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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