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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Apr 16. 2024

자전거 타기

풀꽃에 담긴 우주

“와! 날씨가 너무 좋아. 준비해서 나가보자.”


 자전거 바퀴의 공기압을 채운다. 빵빵하게 채워진 바퀴는 도로를 가르며 바람 소리를 낸다. 오늘 달릴 코스는 미호강을 지나 금강을 끼고 돌아오는 왕복 60km 거리다. 중간에 가파른 동산이 몇 개 있지만, 주변 경관이 좋고 몇 번 다닌 곳이라 그럭저럭 다닐만한 코스다. 날씨가 맑아 바람마저 깨끗하다. 막내 아이는 아직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해 올해까지 아빠 자전거 뒤에 수레를 연결하여 태우기로 한다. 한창 공부 중인 고등학생 딸아이도 콧바람 쐬어줄 겸 데리고 나온다.     


 자전거 도로가 코스별로 대부분 잘 되어 있어 안전하기도 하고 주변 경관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추억거리이다. 운동도 하고 시간도 함께 보내기에 훗날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때의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자전거 타는 날은 종료 지점에서 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온다. 어떤 날은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털기도 한다. 그중 사발면은 빠질 수 없는 별미가 된다. 가끔 카페를 마주하기도 한다. 힘차게 발을 구르다 쉬어가는 코스로 금상첨화다. 

아이들도 이 시간은 보상이 된다. 시간을 내어 자전거를 타고 가서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힘든 여정일지라도 꽤 즐거운 일이다.   

   

 오늘의 코스인 자전거 도로의 초입까지는 인도와 연결된 차도를 조심스럽게 지나야 한다. 그 아래 다리 근처는 공사가 마무리 중이고 차량과 사람이 다니는 길이 1차선으로 혼합되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길을 따라가면 비로소 우리의 길이 보인다. 서로 신호를 하여 안전하게 자전거 도로로 들어간다. 특히 고등학생 딸아이는 우리와 처음 타는 것이라 신경이 쓰인다. 처음 도전에 비교적 먼 거리라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상태를 보아가며 힘들어지면 중간에 마무리하고 돌아 나오기로 한다. 하지만 웬걸 나보다 더 잘 탄다. 괜한 걱정에 머쓱해져 아이 뒤를 부리나케 따라간다. 벚꽃은 한창 무게를 더하여 자전거 길을 이미 밝히고 있다. 벚꽃의 향연에 꽃 나들이 나온 사람들도 이미 행복한 세상에 있다. 우리도 봄의 향기 가득 안고 자연 속을 신나게 달려 나간다. 벚꽃길은 모두에게 풍성함이자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단조로운 일상의 변화이다.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아이


아빠와 딸



 자연은 또 어떤가! 지나는 내내 보이는 모든 것이 예쁘다. 차로 지나면 결코 볼 수 없음이다(물론 걸으면 더 잘 보이지만). 꽃과 나무, 새싹이 어우러진 세상은 연둣빛, 꽃 빛으로 선물을 준다. 들꽃도 눈을 들어 바라보면 어여쁘고 귀하다. 이름 모를 풀꽃이 있기에 더 빛이 난다. 바라지 않고 내어줌으로 ‘나 여기 있다.’ 우월하게 소리 지르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조용히 여백을 채운다. 

 서로의 이어짐은 이렇듯 소리 없이 연결되어 있고 어느 하나 관계없는 것은 없다. 익숙함에 길든 우리의 마음이 그것을 보고도 모르는 것뿐이다. 



큰 개불알풀



이윽고 물줄기가 이어진 강이 고요히 펼쳐진다. 비추어진 나무숲은 여기가 숲인지, 거기가 숲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노래가 절로 나온다.

     

중간마다 쉬어가며 물을 마시고 다시 한번 4월을 느낀다. 주변이 온통 싱그럽다. 아스팔트 사이를 나온 민들레의 끈질긴 생명은 그저 신비함이다. 언제, 어디에서 떨어진 홀씨를 품어내 용케도 나왔다. 모든 시간이 소중해 사진을 찍는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담을 수 없는 모습이지만 한 계절을 준비하여 나온 지긋한 아름다움이 너무나 귀하여 눈으로 보고 손으로 다시 담는다.   



중간 쉬어가는 곳에서 꾸준한 끈기가 눈에 들다

   


 4계절의 우주 안에 우리 모두가 들어 있다. 그 시절을 보내는 것은 같은 일상 안에 주어지는 변화이며 그것을 받아들일 때 작은 성장이 일어난다. 가족에게 변화는 함께 다른 곳을 향하여 가보는 시간이고 훗날 아이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접어낸다. 서로의 이끌림과 함께함이 긍정의 성장으로 이끌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젊을 때 느끼던 자연의 분위기와 지금 알게 되는 느낌은 다르다. 작은 풀꽃에도 그저 감사하고 감탄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대신한다. 눈으로 집중이 되고 가슴으로 벅차다. 존재만으로도  눈에 드는 의미는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내게 조금씩 스미는 까닭이다. 



광대나물



봄맞이꽃


수레에 탄 딸과 아빠, 비추는 벚꽃 터널은 그늘이 되어




아이는 성장하며 자전거처럼 무수한
바퀴를 끝없이 굴려낼 것이다.
오르막의 힘듦과 내리막의 여유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힘든 시기가 온다 해도 쓰러져 포기하는 것이 아닌
가끔은 멈추어 서서 주변을 잘 보아 가면 좋겠다.
정답은 없지만, 그 안에 해답을 찾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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