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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Apr 12. 2024

마음이 이끄는 곳

쉬어감

 나는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한다. 빨간 머리 앤은 여전히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어린 시절 TV 속 애니메이션과 책을 통해 앤을 만났다. 깡마르고 주근깨투성이에 주홍빛 머리카락을 지닌 앤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아이에 지나지 않지만 앤이 그려낸 이야기는 달랐다.

앤의 수다스러운 순수함을 비켜서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물을 보는 눈과 관점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빨간 머리 앤은 100년도 넘은 훨씬 이전에 캐나다의 여성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지어낸 소설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초록 지붕 집 창가의 벚꽃 이야기가 너무 좋다. 지금의 봄은 그 시절에도 똑같은 꽃을 피워 낸다. 앤은 일상의 것들로 상상의 나래를 가득 펴낸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생각의 무리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이어진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활기는 앤을 통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사회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가끔은 아날로그적인 감성 안에 있을 때 우리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를 받게 된다. 느림이 주는 미학은 쉼을 주고 이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빨간 머리 앤은 숨기지 않은 순수한 감정의 표현을 통해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통통 튀는 매력은 한결같은 순수함이다.


 말이 없는 매슈 아저씨와 마차를 타고 오면서 조잘대던 앤, 초록 지붕 집의 벚꽃 창가에서의 낭만, 무뚝뚝하지만 진심으로 앤을 사랑한 마릴라 아주머니, 가장 친한 단짝 친구 다이애나와의 우정 등 여러모로 눈을 뗄 수 없는 진솔한 이야기이다.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기까지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소중함을 그대로 보여 준 앤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표현하는 말과 표정은 당차고 사랑스럽다. 천방지축 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억지로 꾸미지 않은 일상의 에피소드가 된다. 앤으로 하여금 혈연이 아닌 관계이지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알아가고 사랑하게 된다.      매슈 아저씨와 여유롭게 마차를 타던 시골 흙길의 아름다움이 떠오르고 아날로그적인 시골 마을의 생생함에 매료되어 직접 그곳으로 가고 싶다. 당장이라도 그 마을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불편함이 주는 수고로움은 고마움으로 채워지고 소중해진다. 그것이 행복이다.


앤이 살던 마을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일상, 시골이 주는 공기의 색깔, 물 흐르던 개울의 속삭임, 다이애나와의 우정이 지금껏 기억이 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서로 창가에 비친 촛불의 아른거림이 둘만의 신호고 약속이 되던 시절이다. 밤하늘의 별빛은 또 얼마나 고왔을까?


 앤의 이야기처럼 순수한 사랑을 통해 힘이 되는 글을 써 가면 좋겠다.

인생이 힘들더라도 용기 내어 나아가는 이야기, 노을 진 하늘의 웅장함과 나를 스치는 바람의 감동, 계절마다 피어나는 풀꽃의 향기에도 기쁨을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통해 너도 살아내고 나도 살아내는(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결코 우리는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는 지금을 그대로 보여 주는 진실함이다.

      

 일상을 에세이로 기록하고 경험을 통해 배워지는 것들을 알리는 것, 가끔은 예쁜 시와 함께 그림을 넣어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싶다.

 눈을 들어 주변에 존재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조금은 행복한 삶들이 많으면 좋겠다. 같은 일이라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앤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한다.      


나중에 알아볼 것들을 생각하는 일도 근사하지 않나요?
살아 있다는 게 기쁘게 느껴지거든요.
세상엔 재미있는 일이 참 많아요.
우리가 모든 걸 다 안다면 사는 재미가 반으로 줄어들 거예요.

   


나는 눈을 감는다. 앤이 살던 에이번리 마을의 실제 배경인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어느 작은 마을 초록 지붕 집에 앉아 있다. 커피를 마시며 벚꽃의 향기를 맡는 생각만으로도 포근해진다. 그곳에서 사랑의 기억을 남기고 간 삶의 진리를 조용히 알아보려 일상의 즐거움을 상상하며 나지막이 속삭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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