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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May 11. 2024

아카시아 꽃

봄을 지나 여름으로, 비는 아카시향으로


아카시아 꽃잎 사이

꽃비 맞으며

나는 꽃으로 피어올라요

수줍은 봉오리도 당신을 향해요

행여 못 보고 지나칠까 봐

긴 긴 향기로 비를 뿌려요

비는 여름을 알리고

달콤하지요

아카시아 향이 멀리 울리면

여름이 오고 있나 생각하세요

그리고 당신은

나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보아 주세요

비 그치면 햇빛 사이

투명한 이슬까지 모두 모아

따뜻한 사랑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하늘 푸른 여름비가

당신 마음에 하이얀

꽃처럼 피어나

꽃물 가득

아까시나무로

우뚝 서 있을 때까지요




5월이 다 되어가니 아카시아 꽃잎이 열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5월~6월 사이 내내 볼 수 있었는데 개화 시기가 아무해도 빨라졌나 보다.

연한 베이지톤의 꽃망울이 흐드러지기 시작하면 아카시아 나뭇잎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내일 시험은 잘 볼지 등으로 잎에 소망을 담아  하나씩 떼어낸다. 실제 내 맘과 맞으면 한없이 기쁘고 내 맘과 달라지면 풀이 죽는다. 염원을 담은 소망이 하나씩 담아질수록 이루어가고 싶은 순수한 어린 나를 바라보면 웃음이 난다.


아카시아 꽃은 이름처럼 은은하다. 알알이 열린 꽃망울은 포도송이처럼 다닥다닥 붙어 자라 향기를 감싸고 돈다. 실제 이름은 아까시나무이나 왠지 아카시아가 더 익숙해진다. 어릴 때부터 그리 불러서 그런가 보다.


작년 5월 즈음 여름이 시작될 시기에 꽃 사이사이 내리는 비가 그치자 빗방울이 송알송알 예쁘게 맺혀 있어 한참을 쳐다보았다. 집으로 가는 길 언저리에 무성한 아카시아 꽃은 비의 향기를 가득 품어 내어 공기가 가벼우면서도 무척 상쾌하다. 가던 길을 멈추어 서서 바라볼 만큼 맺혀있던 빗방울은 투명하고 맑았다. 꽃잎과 버부린 사랑이 총총 매달려 있어 '톡톡' 내리는 꽃잎비마저 가장 달콤할 거라는 상상을 한다. 벌이 좋아하여 날아드는 꽃이니 향기마저 모두에게 이롭고 달콤하다.


아카시아 꽃잎처럼 수줍은 사랑은 혼자 되뇌는 비밀스러움을 가지고 있으나 순수한 마음이라 여겨진다. 불타오르지 않으나 은은한 빛이다. 내리는 비는 여름을 알리고 아카시아 꽃물로 향기가 고와서 이내 번져가는 온화한 마음을 시로 끄적여 본다.


작년 이맘 때 23년 5월의 어느 날에 정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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