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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Jun 16. 2024

모든 삶은 흐른다. 다섯 번째

움직임은 한 걸음으로 시작이기에

BOOK ; Petite Philosophie de La Mer 모든 삶은 흐른다.     

  

Vague 곡예와 같은 삶을 지나다.     


바다와 대양이
우리에게 끝없이 전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5. 보자도르 곶 – 상상력을 발휘하는 용기     



 보자도르 곶이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배웠을지는 몰라도 기억이 남지 않은 탓에 생소한 곳이다.

 보자도르 곶은 항해를 함에 있어 절대로 가서는 안 될 금단의 영역이었다. 당대 유럽사람들 사이에서 '공포의 곶'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보자도르 곶을 지나 항해한 배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자도르 곶에 가면 바닷물이 끓기 시작한다거나, 괴물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당시 유럽의 뱃사람들로부터 이어진 공포가 무지를 낳아 모르는 사이에 퍼진 미신이 정답인 양 정해져 버렸고 이러한 무지는 더 큰 공포를 키웠다. 아예 배를 타고 멀리 나아갈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거다.


 엔히크는 포르투갈의 왕자로 보자도르 곶을 눈으로 보고 정복하는 것을 도전으로 삼았다.

14번의 시도 끝에 결국 1434년 항해사 질 이아네스가 보자도르 곶을 무사히 지나 생환하게 된다. 미신을 믿었던 뱃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바닷물이 끓지도 않았고 괴물이 살고 있지도 않았다. 다만 위치가 바뀌게 되는 지점부터 강한 해류와 바람이 존재한 것을 알게 된다.

 항해왕 엔히크와 뒤를 이은 이아네스를 움직이게 한 힘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상상력이다. 바람과 물의 흐름을 알고 직감을 믿은 이아네스는 결국 성공하였다.


 1400년대 시대 과학적 지식과 기술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준이 떨어졌을 텐데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 상상을 더한 결단력으로 인해 결국 해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관점을 멀리 보아 눈앞의 현실에만 안주하지 않은 그들로 인해 결국 항해에 대한 새로운 길을 열게 된 것이 그저 놀라워 입이 '떡' 벌어진다.


 현재를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도 보자도르 곶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바로 앞에 닥친 문제에만 급급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직접 알아보거나 도전하지 않고(안 될 거라는 믿음),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이다(잘못된 정보인 가능성이 더 많은 것).

 한발 물러서 배경 너머를 지켜보고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또 직면한 문제를 신중하게 돌파하기보다는 피하는 쪽을 선택한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퇴사를 생각하고, 관계가 불편하고 잘 풀리지 않으면 왜 그 문제가 발생했는지 바라보아 해결하기보다 먼저 선을 그어 관계를 정리하는 쪽을 우선시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직면하기보다 다른 방법을 통해 해소하는 우리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피하기만 하는 것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가는 것이 아니다. 또 나타난 문제에만 급급하게 매달려 판단하기에 결국 개인은 성장하는 것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 사례를 예로 들면 나는 사람과 맞지 않으니 내가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 느낀다. 결국 그렇게 되면 어디서든 그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디든 우리는 관계하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타인과 어울려 살아갈 방법을 배워가는 것, 부딪혀 겪어갈 일도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부딪혀 나아감은 나도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해 보는 데까지 해 보는 것도 우리에게는 나를 도와가는 성장의 과정이다. 성장통은 어린아이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나의 전체 안에 곳곳이 존재해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가져야 할 것은 전체적인 맥락(배경)을 보는 시야를 넓히도록 책을 읽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잘 이끌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내가 현재 닥친 문제 너머에는 필시 내게 오는 기회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이러한 일은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빨리 움직여 상상력을 더하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잘 겪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문다.

 흔히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습관을 버리지 못할 때 상상력을 먼저 희생시킨다고 한다. 단호한 태도는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킬 방법이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과거 안에 갇힌 행동은 결코 변할 수 없다. 무조건 문제를 피하고 안전한 길로만 가려하면 결코 우리는 나아갈 수 없다. 멀리 보고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내고 확실한 눈앞의 것도 일단 의심하여야 한다. 가까운 것을 오히려 보지 못하니 나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될 수 없다. 이것을 한 마디로 하면 유연한 사고라 느낀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면 그대로 머물러 있기보다 일단 움직이는 것이 좋다. 그럼 책에서 말한 움직임은 어떤 움직임일까? 간단히 말해 외출을 하게 되면 일상을 나오게 되고 외출이 끝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는 말이다. 무조건 생각만 하거나, 이미 알고 있다고 단정하기보다 문제를 다른 식으로 만나보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이 두려워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 문제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움직인다는 것은 산책만 하더라도 기분의 전환이 되고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의 경험을 통해 폭넓은 사고의 영역으로 다가가는 순간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해결책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어 내가 먼저 나의 상상력을 잃어버리기 전에 이용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나의 믿음과 신중함,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지녀 남들이 함부로 하는 과소평가나 과대평가에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방법은 스스로 개척할 상상력의 힘이다.

 상상력은 내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전에 용기를 내는 내가 되는 것이다. 생각의 틀이 좁으면 우리는 이미 갔던 곳으로만 가게 되니 다른 산책길로 '빙' 돌기도 하여 인생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키워가는 쪽으로 조금씩 항해해 가자. 정해진 답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 낸 질문과 답을 통해 배경을 보도록 하려면 우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겠다. 그것은 작은 관심으로부터의 시작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새로운 길을 위해 책과 함께 하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의 뿌리를 내려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동안 알알이 맺은 열매는 잘 여물어간다. 모든 열매가 알맞게 익을 수는 없고 더러는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귀한 경험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려 하는 안목은 결국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여기에 그 마음을 더하여 잘 익은 열매를 따는 나의 모습을 필사와 함께 상상하여 간다.



나의 상상력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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