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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Jun 09. 2024

모든 삶은 흐른다. 네 번째

무인도의 삶

BOOK ; Petite Philosophie de La Mer 모든 삶은 흐른다.     


Vague 곡예와 같은 삶을 지나다.     


바다는 우리에게 
자유를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건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다.   


4. 무인도 – 진정한 고독이란 무엇인가 p54~63     


 오직 바다의 법칙만 존재하는 곳에서 로빈슨은 혼자 28년 2개월 19일을 살게 된다. 대니얼 디포의 소설인 [로빈슨 크루소]는 실제로 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지었다고 한다. 디포의 소설이 1719년 런던에서 출간되었는데 무인도의 삶을 로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그 시대에도 현재에서 벗어나 동경하는 세상으로의 삶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나 보다.


 책의 내용을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은 소설 안 무인도 생활을 보고 저마다 로망을 가졌다고 한다. 흔히 섬에 홀로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유롭게 몽상을 즐기고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며 바다와 맞닿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실제의 무인도 생활은 낭만이 아니다. 

 현실은 보고 듣는 것 이상으로 더 현실적이다. 필요한 것은 직접 기르고 지어야 했으며 추위와 더위, 어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줄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면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먹는 물도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갈 생각을 하니 지금 내가 누리는 것이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지 느낀다.


 이미 익숙해진 것을 포기하기란 이처럼 까마득할 정도로 상상이 안 되는 일인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동경해 마지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무인도가 고독의 공간이긴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현실에서의 분주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장소가 되기에 꿈을 꾸고 원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낙원의 아름다움에 비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위안을 가지게 된다. 언젠가는 진정한 자유로움 안에서 휴식을 누리는 자신을 꿈꾸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너무나 발전한 환경과, 물질의 풍요로움 안에 우리는 놓여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개인의 역량을 무수히 갈고닦아야 하며 스스로 깨우치고 발전되지 않으면 뒤처지는, 때로는 업무에 놓인 점점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간관계 또한 그렇다(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나 진정한 마음을 나누기란). 사람 안에서 사람 사이의 인정 안에 놓인 감정의 교류는 예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언제가 더 좋은지 생각을 해본다. 발전한 삶이지만 어쩌면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가 마치 무인도에 떠밀려온 것처럼 표류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 홀로 서 있는 섬이 무인도인지, 같이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무인도인지 스스로 가늠해 보아야 할 일이다.


 그저 물질과 풍요 안에 놓인 만족감만 상상하고 쫓기보다 일상에서 쉽게 누리는 작은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어 상상 이상의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촉감은 그저 말초적인 자극과 흥분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고 책이 말한다. 물질에 현혹되고 눈앞의 이익만 취하는 것이 아닌 혼자의 시간을 제대로 즐기고 찾아오는 고독을 자연스레 반기는 시간이 중요하다. 그것이 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같이 있을 때 나눌 수 있는 행복의 양은 배가 되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하며, 또 혼자 고요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외로움이 아닌 행복이다. 진정한 고독은 스스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나만의 휴식 안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시간은 단 5분~10분이라도 챙길 수 있으면 좋겠다. 무언가 계속 분주하다 보면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휴식의 시간이 내게 오면 오히려 진정한 쉼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고 혼자의 시간을 못 견디어한다. 그것 외로움이라고.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해 누군가를 만나고 소비하고, 외부로 나가려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어 있는 시간을 오로지 내게 집중하는 것,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마주하는 순간을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나는 휴식의 시간을 지금껏 책 안의 글과 함께하고 있는데 이 순간 자체가 그저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많아 스스로 벅차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그렇다. 이것이 내게는 분주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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