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아 Jun 23. 2024

모든 삶은 흐른다. 여섯 번째

때론 신중함과 신뢰를

BOOK ; Petite Philosophie de La Mer 모든 삶은 흐른다.


Vague 곡예와 같은 삶을 지나다.     


삶은 당신에게
이미 주고자 하는 걸
모두 주었다
마치 바다처럼 


 6. 난파 –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 p74~83     


타이타닉호는 두꺼운 빙하를 피하지 못하게 되면서 금속과 강철판으로 되어 있던 배의 오른쪽 부분과 부딪히게 된다. 그전에 빙하가 많이 있으니 조심해서 항해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감사 인사를 하긴 했으나 실제로 이것에 대해 대비하진 않았다. 그에 대한 결과를 우리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 빙하와 부딪히면서 갑판 위로 빙하의 조각이 쏟아지게 되는데 이를 목격한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위험을 직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위스키에 빙하 조각을 넣어 마시자는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폭포수처럼 거센 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승객의 수는 3500명이었으나 구비되어 있는 구명보트에는 겨우 1/3만 태울 수 있었다. 이는 책에서도 간단하게 소개되었으나 오래전 영화를 통해 보았기에 크나큰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영화로 보았을 때는 사랑 이야기의 애절함을 위주로 보아서 가슴 아팠다면 지금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전경 앞에 도사리는 위험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여러 행동들에 대한 다양성이 보인다. 


 바다는 생의 시작과 끝을 확실히 한다. 시어머니는 평생을 바다에서 해녀로 살아가며 자식을 키워내셨다. 숨 고르기를 하여 차디찬 겨울 바다에도 고무 옷을 입고 들어가 눈과 손의 촉감, 테우를 생명줄로 하여 50년 이상을 바다와 함께 해오고 계신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글로 녹여내기란 어머니의 숨소리 크기에 비해 표현해 내기는 너무 어렵다.

 

 해녀 일을 하면서도 곳곳에서 나타나는 위험은 예측할 수 없으나 물 때와 날씨, 온몸의 직감으로 이것을 대비하고 계신다. 생명을 주는 터전이기도 한 그곳에서 여전히 바다와 한 몸으로 움직이신다. 삶의 터전인 바다는 어머니 입장에서는 결코 버릴 수 없는 귀한 장소이다. 


 바다는 모두에게 생명을 주면서도 생명을 끊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별은 무언가를 잃는 것이다. 물질뿐만 아니라 순수함과 자신감,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도 모두 앓게 된다. 친구를 잃고 직업도 잃고 사랑을 잃고, 나의 의지와 신념도 잃는 것이 이별이다. 이별의 순간 우리는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날 자신의 모습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한 존재로 느껴지게 되면 내가 서 있을 곳과 가려고 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른 채 방황하기도 한다. 살아가다 보면 파도도 치고 잔잔하기도 하며 그 사이에 불행과 행복이 숨어 있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을 바다에 비유하는가 보다. 만약 바다가 나를 집어삼키려고 할 때, 즉 인생에서 위험이 닥쳤을 때 무턱대고 맞서는 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힘과 이 싸움에서의 승산과 계획을 고려하여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책에서는 충고한다. 


 무턱대고 줄행랑쳐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후퇴하여 분별력을 기르는 것이다. 인생의 고난은 때론 분별력과 차가운 머리에서 나온 신중함이다, 무조건 주어진 위험 상황에서 닥치는 대로 즉흥적인 행동을 하기보다 예측 불가능하더라도 예측해 내는 능력, 앞이 보이지 않아도 앞을 내다볼 수 능력을 키워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바다는 운명의 바퀴와 같아 끝없이 돌아가고 있고 이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 나쁜 일, 성공과 실패를 모두 안겨 준다. 


 인생은 지금도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모르기에 더 기대할 수 있고 때론 슬퍼하기도 하며 또다시 나아갈 힘을 만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다. 숨을 쉬고 있는 우리의 숨겨진 무한한 자원을 캐내기 위해 신중함을 넣고 부둥켜안은 나의 신뢰를  더하여 가는 인생이 바다가 바로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가 아니었을까! 


 차가운 머리 안의 신중함을 가지고 가슴이 아주 따뜻한 나로 살아가도록, 그리하여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답고 윤택해지는 방법에 대해 실천하고 생각하고 대비해 가자고 결심해 본다. 하루의 독서로 정리하여 보는 진솔한 대화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내게는 아주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이더. 


책을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알아가고
알게 되는 순간은 지금을 충만하게 하는 기쁨으로
차오르기에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신중함과 신뢰의 열매를


이전 17화 모든 삶은 흐른다. 다섯 번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