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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Jun 29. 2024

내려놓음

나름의 소신과 받아들임


내려놓음



무슨 일이든

섣불리 가려내고,

주저하기보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찬찬히 들여다볼 마음


너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알 수 있는 벅참은

스스로의 받아들임으로

하나씩 생겨나는 일


펼쳐진 시절의 계절만큼

나름의 소신 있는 이야기는

인생의 뒤안길을 가뿐히 안아


하나하나 이루어갈

페이지 수만큼

차곡차곡 꽃 피워 갈 길


받아들임과 내려놓음은

결국

시절을 안아가는

나만의 인정 방식






 지금에 이르러 나이가 찰수록 예전 20대와 30대의 생각으로부터도 다양한 변화의 시선을 눈여겨보게 된다. 처음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오는 긴장감과 책임감의 무게는 서툴기도 했고, 여러 업무에서 헤쳐나가야 할 부분에서의 고민과 두려움, 애씀은 그저 풋풋한 사과가 조금씩 익어가듯 더디고 어려운 시간의 고비를 넘어서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이 없기에 맞서는 데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더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대응해야 하는 부분, 감내해야 하는 부분, 업무를 전문적으로 익혀가는 부분에서의 모든 과정은 어설픈 처음을 시작으로 배워나가는 동안 오르내리는 파도의 크기는 다양하다. 때론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일렁거린다.


 내 것으로 이루어가고 인정받기까지 겪은 시간은 조그만 점을 무수히 찍어 내려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간다. 내가 그 안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떠한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느냐에 따라 나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물론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내게 오는 모든 경험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흡수되어 가는 성장 역량이 된다. 역량이 발전하여 갈수록 마음의 크기 또한 성숙하여 간다. 조금씩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그 사이엔 하나의 사소한 일에도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정체된 삶에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화를 함에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긍정의 기운으로 헤치고 나가 다시 힘을 내어 나갈 수 있는 회복력은 받아들이는 과정과 내어줌의 관계에 비율이 맞음으로 균형을 이루게 된다.  

 마음의 움켜쥠을 억지로 쥐어짜 내는 것이 아닌 느슨하지만 유연하고 강한 마음의 단단함을 얻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세상일은 모두 내 맘 같지 않다. 이것은 나도 나조차 바로 볼 수 없음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바로 앞의 이차원적인 생각에 머물러 판단하고 정답으로 여기기보다 삼차원적인 모습을 아울러 살피고 타인의 입장에서 헤아릴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무엇을 포기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이해하고 여러 상황에서 나오는 입장을 충분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내려놓음은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판단으로 후회한다기보다 차근차근 나의 맘을 보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려놓음은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일종의 기다림이며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사고의 유연함과 나를 언어를 보살피는 여유를 준다.

 

 내려놓음을 알고 행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경험을 만나게 된다. 20대, 30대를 지나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접하게 되는 일들은 비록 100%의 실행력은 아니더라도 어디로 에너지를 쏟을지, 어디에 가치를 둘 지에 대해 알게 한다. 그래서 내게 오는 모든 일은 궂은일, 어려운 일 마다하지 않고 모두 해보려 한다. 그것이 곧 내가 습득하게 될 기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그것에 대한 느낌과 사례를 제대로 알리게 되고 몸소 실행했던 것들을 배경으로 하여 진실한 힘을 전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여러 문제는 그 문제에만 국한해서 평가하고 판단하여 부정하기보다 일단 내려놓음을 욕심내어 보려 한다.


 내려놓음은 멀리 던져두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내려놓음을 위해 경험하고 쌓아 내려간 시간만큼 20대, 30대, 40대 그릇의 크기는 다르게 빛이 난다. 나는 책과 글쓰기, 시의 언어를 통해 내려놓음을 이루어가려 한다. 경험에서 나온 에너지는 몸을 통해 나오고, 정서적인 알맹이를 지지하여 탄탄하게 해주는 것은 책 안에 숨겨진 길을 통해 발전한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 기록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잘 돌아보며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50대가 되면 또 다른 세상의 무게 안에 짊어져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마음이 충분히, 충만한 아름다움으로 빛이 난다면 전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섣불리 가려내고, 주저하기보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내려놓음은 나의 인생에서 계속 욕심내어 나갈 일이다. 그 너머 뒤에 무엇이 있는지 기대하고 알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벅찬 기분이 든다. 내려놓음의 미학은 한 사람 인생에 펼쳐진 계절만큼 페이지 수를 늘리어가 나름의 소신 있는 인생 이야기로 차곡차곡 꽃 피워 가는 일일 것이다.     


내려놓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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