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느 날 가벼이 들어왔다가 서서히 녹으며 마음속 깊이 휘감은 절정으로 끌어당기어 심금을 울리는 경우가 있다. 그 세계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 너머로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음의 높낮이와 빠르기, 호흡이 내는 목소리의 쉬어감과 흘러감, 음이 주는 언어 사이에서 오롯이 녹아든 것은 사람들에게 강요되지 않을 감정으로의 강력한 메시지를 그대로 품고 있나 보다. 무언가 꿈틀대는 에너지와 슬픔과 환희, 즐거움과 동반된 화합, 역경과 함께 나아갈 하나 됨이 있으니 말이다.
지난 금요일에 도서관 강연 중 인문학 프로그램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평소 그림에도 관심이 있던 터라 고흐의 색채와 선을 따라간 그림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신청하게 된 것이다. 고흐는 비록 미술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같은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고흐의 예술성을 몰라 주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천재 화가이다.
고흐의 일생을 잘 알지 못하지만, 단편적으로 불행한 화가였음을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다. 나도 그 시절의 고흐의 심경과 환경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남겨진 그림들을 통해 고흐가 가진 사랑, 시선이 향하는 방향의 지독한 열정 같은 것을 조금이나마 품어 본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다 보면 흩뿌린 하늘 가득 메운 별빛을 따라온 땅과 하늘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화병에 놓인 해바라기의 따뜻한 동경, 들판을 유유히 날아오른 새들에게조차 존재의 의미를 다한 그 마음. 붓을 통해 눈에 보이던 세상 너머의 진지한 이야기를 과연 고흐는 어떤 눈으로, 어떤 마음으로 지켜낸 것일까?
그림을 보면서 그 시절의 삶을 알아간다는 것은 마치 미로 안의 길을 찾아 더듬어 가는 것만 같다. 그림이라는 똑 떨어진 세계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것으로도 그 시절 화가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포시 문을 열어 만나 가는 여정이 된다.
고흐의 그림은 무언가 애틋함이 서려 있다. 화가의 감정이 그림 하나로 표현된다는 것 자체로도 다분히 서려 있는 열정과 고통 속으로의 헤어남인 것 같아 괜히 숙연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문을 두드려 열어 내는 것은 주변이 아닌 단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마디마디 이끌린 감정으로 얽혀가 가슴으로 품어가는 일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이 화면 가득 메운다. 마을을 따라 흩뿌린 별들은 여기저기 휘돌아 맺히는 희망인 것만 같다. 여전히 흐르는 땅의 세계와 하늘이 이룬 것들은 온 우주를 품어낸 세상의 섭리인 것만 같다. 이윽고 그림을 따라 음악이 흐른다. 배경이 된 음악은 돈 맥클린의 빈센트이다. 이 노래는 고흐와 테오가 남긴 편지를 소재로 지금의 어려움을 기억하고자 고흐가 살고 간 100년의 해에 기념으로 만들어진 노래라고 한다.
“starry starry night~” 첫 음부터 별을 따라 은은하게 흐른다. 별을 따라 흘러간 음은 고흐가 살던 동네를 비추고 카페테라스의 불빛을 따라 천천히 안으로 들어간다. 열린 창문에 앉아 쉬던 고흐의 모습에 슬픔이 보인다. 슬픔의 언저리에 놓인 팔레트의 색을 따라, 붓을 따라 그려진 것들은 위안이 된다. 그 안에 녹아든 진정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없는 깊이를 전해 준다.
노래는 선을 따라 그렇게 흘러간다. 노래 하나로 또 다른 그림이 완성된다. 슬픔과 행복의 깊이를 오롯이 따라가며 고흐는 그렇게 마음속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기어간 것은 아닐까?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어 가난과 고통 속에 살다 간 비운의 화가이지만 별을 노래하며 강을 따라 흘러간 인생은 온 우주를 품어낸 자연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별처럼 빛나 어두컴컴한 세상을 밝힐 하나의 희망 같은 것을 우리 마음에 심어주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