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가 점핑하이를 시작했다. 매일 한 시간씩 뛰고 오니 하루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면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고 했다. 체험 후 등록도 가능하니 막내 은솔이와 함께 와서 해보라고 권한다. 그사이 나도 ‘운동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었고 실행은 못 하고 있었으니 ‘바쁘다, 힘들다’ 핑계 말고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예약을 했다.
월요일 퇴근 후 간단히 밥을 먹고 오후 8시 맞춰 오송 점핑하이로 갔다. 차로 이동하면 10분~15분 정도면 가는 곳이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다. 차 문을 열고 밤공기를 마시며 흐르는 미호강의 야경을 오랜만에 실컷 본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를 따라 반짝이는 물결은 미호강의 유유함만큼이나 요란하지 않은 불빛들을 이리저리 비추어가며 하루의 열정을 다해내고 있었다. 달빛은 어쩜 이리도 하얀지 아이의 웃는 모습만큼 어여쁜 달이 하늘 가에 걸려 배시시 웃어주고 있다.
풍요로운 9월의 자락은 모처럼 운동하러 나가는 모녀의 일상을 따라가며 조용히 응원해주고 있는 것만 같다.
점핑하이 건물에 도착한 후 지하로 이동해 주차를 하였다. 저녁 시간인데도 주차장이 꽉 차 있어 너무 놀랐다. 알고 보니 이 건물엔 점핑하이뿐 아니라 헬스, PT, 복싱클럽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땀에 젖은 사람들을 보고 저녁 시간에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모습에 혀가 내둘러진다. 이렇게나 열심히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4층에 있는 점핑하이는 새 건물이라 그런지 아직 입점하지 않은 공간을 지나 제일 끝에 위치해 있었다. 마침 운동 교대 시간이라 벌게진 얼굴에 땀이 흥건해진 사람들과 이제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만나는 공간임에도 들어가는 우리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인사로 얼굴에 웃음이 인다. 음악에 맞춰 점핑하며 뛸 생각에 은솔이는 엉덩이가 근질근질 벌써 신이 난다.
간단한 동작을 알려주며 코치님이 우리 자리를 안내한다. 막내딸 은솔이가 앞쪽, 내가 뒤이다. 천천히 뛰면 되겠지? 방방이 수준으로 생각한 나는 곧 내 생각이 오산임을 알았다. 아이와 드나들던 놀이시설 방방이는 그저 놀이 수준이었고 예전에 집에서 뛰던 점핑은 혼자 설렁설렁했던 수준이니 제대로의 방법을 몰랐다.
음악이 흐르고 어두운 점핑 교실에 불빛이 휘돈다. 빨강, 파랑, 초록 불빛 따라 에너지가 충전된다. 모두의 흥얼거림과 음악이 하나가 되어 드디어 오른 점핑기구에 몸을 맡긴다. 음악 따라 동작을 따라 하는데 베이직 동작부터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무릎을 보호하고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도록 약간의 스쾃 자세를 유지하며 허리를 세우고 엉덩이는 약간 뺀 자세로 뛰어야 한다.
꿀렁대는 매트 위에서 중심을 잡고 뛰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뛸 때마다 힘이 들어가 앞발로만 내디뎠는데 전체로 밟아야 제대로 하는 것이니 이것마저 익숙지 않은 일이다. 음악 하나가 끝나니 몸에 열기가 돌기 시작한다. 워밍업 단계를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자세는 다양해졌다.
양발을 교차해 앞뒤로 뛰고 좌우로 옮긴다. 강도 높은 단계에서는 양팔을 점핑 대에 올려놓고 순간의 에너지를 쏟아 방방 뛰어야 한다.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 많이 드는 것이 아니다. 온몸에 땀이 흐르고 호흡이 가쁘다. 심폐기능이 비로소 올라온다. 정적인 것에서 동적인 것을 마주하여 어렵고 힘든 순간의 고비가 지나가니 그마저 흘리는 땀의 인내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호흡은 거치나 몸은 아주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보통 처음에 하다 보면 많이 뛰지 않았는데도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욕심을 내기 전 처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이것쯤이야’하는 오만한 마음과 ‘이것을 기어코 넘겠다’라는 나와의 싸움은 진짜 자신감이 아니다. 처음의 내 몸 상태를 잘 알고 거기에 맞추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다.
우선 나의 체력에 맞추어 행하고 추후 조금씩 단계를 늘려 도전하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나와의 싸움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와 동시에 비교는 타인이 아닌 내가 되어야 제대로 된 운동이 됨을 알게 되었기에 스스로 뿌듯해진 순간이다.
허벅지는 타오르고 땀은 흥건하고 다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공중에 뜬 채 유연한 매트 위에 나를 맡기고 중심을 잡아 제대로 달리려면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발끝까지 에너지가 한바탕 흐르고 나서 체험이 끝났다.
50분의 시간 안에 단 20분을 뛰고 나니 저절로 욕심이 내려진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진 나의 시간이 참으로 고맙다. 지금도 여전히 음악을 따라 열심히 동작을 하는 분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은솔이는 어린이이지만 어른 못지않은 체력으로 에너지를 쉽게 발산한다. 이리저리 통통 튀는 것이 탄력에 맞추어 뛰어오르는 공처럼 야무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창문을 열어젖혀 실컷 흘린 땀을 바람에 내어 주었다. 밤의 시간은 저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내일의 활력을 위해 주어진 운동의 묘미는 잘 살아간 오늘을 위한 마무리임과 동시에 다시 뛰어오를 내일을 향한 반가운 시작임을 잘 알게 한 점핑하이의 첫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