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른다는 것은 나와의 긴 싸움을 이겨내 정상에서 마주한 성공의 기쁨과 희열과 함께온 산이 내려준 정기를 가득 받아 오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오르는 동안에 들어오는 계절의 묘미와 함께 주어진 자연의 섭리에 놀라움을 스스로 받아 가기도 한다. 이외에 산을 오르는 또 다른 방법 중 한 가지는 30분 동안 눈앞에 가득 펼쳐진 하늘과 산의 전체 전경을 두루두루 보고 느낄 수 있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이다.
휴일을 맞아 남편이 예약해 둔 덕분으로 온 가족이 경남 함양의 대봉산을 찾았다. 처음 방문하는 지역이라 새롭기도 하고 여름의 끝자락(그래도 무덥지만)에 가을이 다가올 준비를 산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오랜만에 이동하는 고속도로는 휴일로 막히긴 했지만, 즐거이 대화하고 음악을 듣고 눈앞에 가득한 파란 하늘을 만끽할 수 있어 신이 났다. 하늘이 깊다는 것은 눈에 품었을 때 내 눈도 하늘처럼 푸르게 물들어질 때를 말하나 보다. 푸른 계절을 맞이할 하늘은 여름을 잘 이겨낸 세상 모두의 인정 어린 선물이 아닐까?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사고 먹는 재미를 더하여 깔깔대다 보니 어느덧 함양 대봉산 휴양 밸리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 매표소 발권을 위해 이동한다. 이곳은 모노레일뿐만 아니라 집라인 체험, 자연에서 피톤치드를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산림욕장과 캠핑 시설 등도 갖춰져 있었다. 보통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 시끄럽지 않은 적당한 수다로 풍성해진 대기실 공간은 행복을 주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만큼이나 서로 나누어 가지게 될 소중한 오늘이기에 표정마다 설렘이 가득하다.
매표소 발권을 끝내고 남편이 온다. 발권 순서는 오후 2시 50분 65회 차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먼저 예약한 사람들은 셔틀버스로 이동한다. 버스로 이동하여 산을 올라보기는 또 처음이다. 이미 관광지 특화가 된 이곳의 풍경을 따라 계절을 품은 산은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보통은 걷고 오르며 땀 흘리고 마주할 일들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데 쉬운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산을 느낄 수 있으니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가장 좋은 장점은 온 가족 또는 친구들과 여유 있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소 산을 오르기 부담스러운 어린아이와 어르신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 되리라.
셔틀버스를 타고 '룰루랄라' 하부 승차장으로 이동한다. 처음 이동하는 곳이 하부,산꼭대기 승차장이 상부이다. 편도로는 30분, 왕복으로 1시간 동안 우리는 1,288m 고지를 정복하는 셈이다. 차례로 표를 받고 탑승 전 전체 몸무게를 잰다. 몸무게 수치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지만, 최대 8인의 무게를 재고 안전하게 탑승한다. 아담한 모노레일이 들어오고 '덜컥' 안전문이 열리니 귀여운 의자가 ‘뽐뽐’ 앉아 있다.
은솔이와 남편은 가장 먼저 앞자리에 앉는다. 눈앞에 시야가 확 트인 제일 명당자리다. 우리 가족 5명과 다른 부부 2명 총 7명이 출발한다. 안내방송과 함께 산에 얽힌 전설 이야기가 영상을 통해 나온다. 끝없이 펼쳐진 레일 위를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하니 ‘우지끈, 덜컹’ 미동에 긴장감이 돈다. 긴장감은 이내 초록이 나무숲과 하늘이 가져간다. 모노레일이 산에 설치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의 연속이다. 가는 내내 조잘대는 아이들마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가끔은 내리막이 있고 또 마주하는 경사에서 비틀대는 모노레일은 여전히 안전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비틀댐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은 긴장감을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자연 안에 숨 쉬고 있는 산이 주는 전경 앞에 그만 넋을 잃어서이다. 점점 오를수록 마음도 '붕' 뜬다. 자연과 시설의 합이 이룬 정도는 누군가의 노력들이 지속되는 과정인가 보다. 하나하나 철근들을 이은 모노레일이 정상까지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인내가 축적된 것인가! 한편으로는 그대로인 산을 인위적으로 만든 사실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인간을 위한 시간으로 자연을 잘 활용한 예인지도 생각해 본다.
어쨌든 우리는 산을 오르고 있고 누구나의 감탄은 이미 마음으로 우러나와 입과 눈을 통해 나오고 있다. 입은 감탄의 소리가 연발하고 눈은 휘둥그레지니 말이다. 하늘에 점점 가까이 다다를 지금은 산이 주는 풍광 안에 녹여져 하나가 된다.
드디어 정상이다. 상부 승차장에 내린 우리는 비로소 산의 높이를 실감한다. 온도가 땅의 것과 사뭇 다르다. 자욱한 안개로 멀리 산자락이 드넓게 펼쳐진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지만 지금 있는 이곳의 너울거림이 좋다. 아이들이 저마다 가지고 온 소원 띠를 건다. 염원을 담은 띠가 바람의 온도에 적당히 나풀거리고 우리의 시간은 서서히 여기에 멈추어진다. 함께라는 소중한 시간은 평생 가지고 갈 기억이 되는 것이기에 차곡차곡 넣어진 시간은 꺼낸 순간 멈추어질 시절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늘의 인내를 가득 심호흡으로 모아 '후' 하고 산에 내뱉는다. 산은 오른 만큼의 정기를 가득 숨을 통해 내어 준다. 품어진 저마다의 바람은 가슴으로 심어진다. 대봉산이라는 이름만큼 우거진 숲의 전령은 어느 세월이든 끝끝내 그 자리에서 지켜진 마음이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내려갈 준비를 한다.
다시 내리막을 따라 펼쳐진 레일 위를 신나게 달려 볼까나! 초록의 녹음 사이를 휘도는 자연 속을 서서히 눈여겨보며 이어진 감동을 내내 감탄으로 되돌려주고 올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