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계절을 마주하다. 그것은 행복
가볍게
나태주
모르는 것도 가볍게
처음 해 보는 이로 가볍게
낯선 사람하고도 가볍게
낯선 곳을 찾을 때도 가볍게
익숙한 일은 더욱 가볍게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꽃들아 안녕
나태주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 번 옳다
혼자서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