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가지 끝마다 단단히 움켜쥔 모과가 눈에 들어온다. 여름에는 초록이라 나무 사이사이 잘 보이지 않다가 가을이면 은은하게 달의 빛깔을 닮아가는 모과가 최선의 모습을 드러낸다. 모과는 볼품이 없다. 울퉁불퉁 매끈하게 잘 빠진 모양도 아니다. 쉽께 까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지나치기 쉬운 과일이다. 과일이지만 과일임을 모를 만큼 못생긴 열매다. 그러나 모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매력이 있다.
매끈한 외형은 아니지만 손에 잡히는 감촉이 야무지다. 빛깔은 밝지 않지만 은은한 노란빛이 달처럼 포근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단단한 열매는 바로 자신만의 지켜냄이다. 모과를 자르면 여간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인내가 이 안에, 계절을 모두 타고 난다.
모과의 단단함으로 인해 우리는 많은 도움을 받는다. 환절기 감기의 으뜸이기도 한 모과는 자신이 지켜낸 영양분으로 또 다른 생명체의 기운을 북돋운다. 은은한 향은 또 어떤가? 화려하지 않은 향기는 오래도록 흐른다. 손안에 맞닿은 감촉과 함께 비벼진 껍질의 향기가 오래도록 머문다. 겉으로 보기보다 정말로 야무진 과일이다.
모과는 바닥에 떨어져 반점이 생기더라도 자신만의 향을 잃지 않는다. 겉의 모습보다 내면에 치중한 단단함은 오래도록 보아도 한결같은 모습이다. 나도 그런 단단함으로 이뤄가는 나날로 내면을 잘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시끄럽게 호들갑하며 보여줌에 치중하기보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진득하게 여문 단단함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 가볍게 날리지 않도록 겉의 표정과 행동까지도 은은한 향기로 머물러지도록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