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서 소중한 것을 보아 가다
아득히 멀리 찾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안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 보자
알맞게 익어가는 세상
붉어가는 가을 나뭇잎
햇살과 바람과 비를 머금어
계절마다 쏟아져 나린
온통의 진리
작은 씨앗 하나가 틔워낸 것은
투박한 것을 뚫어 온화하게 영근
땀의 결실과 땅의 보듬음
진정한 진리는
내 곁의 모든 보아감
사소함은 실은
사소함이 아니다
깊어가는 하늘 아래
단풍 든 나무의 절정
코스모스 향기는 너울
억새를 따라 이는 가을
바람결에 흩날리는
낙엽의 소리는 귓가에
'촤르르' 흩날리고
지금, 여기에서
온통의 빛에 눈을 감는다
그 빛은 너무 소중하기에
가슴으로 품어내도록
가을은 역시 가을이다. 온통의 빛깔이 머무는 곳마다 눈이 예쁘다. 그것에 머무는 마음이 그저 좋다, 가을빛의 상념을 따라 이고 진 수많은 계절의 지금을 보아가지만 날이 갈수록 지금이 가장 소중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어가니 가을은 갈수록 운치를 더한다.
가장 가까이 보듬을 수 있는 자연의 모든 조화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벅차고 풍요로워진다. 햇살을 이고 있는 나무 위의 반짝거림을 따라 바람이 살랑대니 흩어지는 나뭇잎들이 하나로 모아지며 '촤르르'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곱기도 하다. 푸른 하늘은 깊어지고 빨간 열매는 더 붉고, 노란 꽃잎은 더 선명해진다. 산책길을 따라 꽃의 향기가 떠오르고 이에 맞춰 코스모스는 두런두런 노닐며 한들거린다.
억새를 따라 멈춰 선 바람 역시 가을이다. 이 모든 보아감이 진리다. 사소한 것에는 결코 사소함이 없다. 투박한 땅을 뚫고 온 세상을 수놓은 자연은 고마움이다. 한 계절에 머물기보다 이어진 마디마디가 온 계절을 타고 받아들여 이겨낸 결과다.
지금, 여기에 서서 볼 수 있는 세상의 빛깔에 나도 조금 보태어 본다. 나는 어떤 빛깔의 계절을 타고났을까? 계절을 따라 이어진 순리의 법칙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연결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답은 현재의 나만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