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아 Nov 02. 2024

모과

오래도록 은은하게



참으로 볼품없습니다

사람들 눈에 들지도 않아요


과일이라 불리지만

과일이라 할 수 없는

울퉁불퉁 모난 모습입니다


하지만 모과는 압니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요


비바람 속을 지닌 달의 열매

야무지게 단단해지도록

가지 끝마다 피워낸 것은

자신만의 향기입니다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는 법이 없습니다


썩어가는 반점일지언정

곱디고운 향기는 버려지지 않습니다


야단법석 떠들지 않아도

요란하게 나서지 않아도

단단함이 머문 조용한 내면은

조금씩 익어갑니다


마지막까지 내어주는 건

진하디 진한 사랑입니다


나는 모과 같은 사람으로

가지마다 고운 향기

부드러운 사랑을 담아

널리 널리 퍼뜨립니다


오래 마주해도 단단함이 진국이라

내면의 향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그런 모과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가을이면 가지 끝마다 단단히 움켜쥔 모과가 눈에 들어온다. 여름에는 초록이라 나무 사이사이 잘 보이지 않다가 가을이면 은은하게 달의 빛깔을 닮아가는 모과가 최선의 모습을 드러낸다. 모과는 볼품이 없다. 울퉁불퉁 매끈하게 잘 빠진 모양도 아니다. 쉽께 까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지나치기 쉬운 과일이다. 과일이지만 과일임을 모를 만큼 못생긴 열매다. 그러나 모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매력이 있다.


매끈한 외형은 아니지만 손에 잡히는 감촉이 야무지다. 빛깔은 밝지 않지만 은은한 노란빛이 달처럼 포근하게 내 눈에 들어온다. 단단한 열매는 바로 자신만의 지켜냄이다. 모과를 자르면 여간 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인내가 이 안에, 계절을 모두 타고 난다.


모과의 단단함으로 인해 우리는 많은 도움을 받는다. 환절기 감기의 으뜸이기도 한 모과는 자신이 지켜낸 영양분으로 또 다른 생명체의 기운을 북돋운다. 은은한 향은 또 어떤가? 화려하지 않은 향기는 오래도록 흐른다. 손안에 맞닿은 감촉과 함께 비벼진 껍질의 향기가 오래도록 머문다. 겉으로 보기보다 정말로 야무진 과일이다.


모과는 바닥에 떨어져 반점이 생기더라도 자신만의 향을 잃지 않는다. 겉의 모습보다 내면에 치중한 단단함은 오래도록 보아도 한결같은 모습이다. 나도 그런 단단함으로 이뤄가는 나날로 내면을 잘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시끄럽게 호들갑하며 보여줌에 치중하기보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진득하게 여문 단단함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 가볍게 날리지 않도록 겉의 표정과 행동까지도 은은한 향기로 머물러지도록 살아가고 싶다.


모과가 나란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모과의 단단함을 배우려면


이전 05화 내 곁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