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게 부딪혀간 일들은 결국 내게 이롭게 하여간 날들이다. 신규 시절 아득한 미래를 생각하며 언제 이 업무에서 익숙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동료, 선배, 사회 안에 놓인 인간관계와 업무 안에서 나는 스스로 작아져 버린 듯한 느낌을 가지기도 했다. 늘 앞에 놓인 어려움을 이겨내기까지 질책과 타박에 속상하기도 하고, 처음이라는 불안감에 덜컥 겁부터 먹어 긴장되던 마음은주체 못할 정도로 요동치기도 했다. 무엇이 그것을 이겨나게 하는 일이 되었을까? 숱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어 결국 나아가게 되기까지, 좀 더 당당해지기까지 나는 어떤 마음을 품고 지금까지 왔을까?
내 감정을 헤아리기보다타인의 감정을 먼저 바라보던 날들, 내가 손해 보더라도 무엇이든 내가 먼저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나로서는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무던히 애쓰던 나를 오히려 당연하게 바라본 것, 헌신의 자세로만 나를 다그쳐간 것들은진정 날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상황을 모면하고자, 내가 편해지고자 선택했던 것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묵묵히 해나가면서도 마음으로는 불편했던 상황들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상하수직적 관계에서는 잘못됨도 정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굴하지 않을 소신은 있었다. 따스한 마음으로 너그러이 바라보던 눈은 웬만한 일에 성을 내지 않고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해 보려는 기운을 가지게 한다. 부정 안에 긍정을 찾아내고 마음을 어여삐 보아간 날들은 인내를 몸에 배게 했다. 배려 속에 쌓아간 마음가짐은 태도를 바르게 하고 성실은 끈기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내가 바라지 않아도 인정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언제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였다.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일단 해보려는 자세로 회피하지 않는다. 그것이 처음이라도, 궂은일이더라도.
다시 생각해 보니 나의 목소리를 못 낸 것이 아니라 나를 채우도록 하여간 것들이다. 내가 해보아야 결국 내 것이 되어감을 느낄 때 스스로 벅찬 감동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포기할 줄 알았던 나의 방황(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미루던)을 잠재우고 내게 온 모든 것을 경험하던 일들은 지금을 만들어가도록 이루어간 훈련의 과정이다. 그러한 연습은 내일을 좀 더 알차게 만들어가게 되고 좋아하는 일을 당당히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든다.
새로움도(긴장하더라도) 우선 해보자는 마음.
지금 실패하더라도 다시 해보자는 마음.
그것은 나의 시간을 비로소 내게 쓰도록 단단해져 간 귀한 경험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사이에 놓인 하기 싫은 일 10가지를 넘어서야 비로소 거기에 닿게 된다. 해낼 때의 기쁨을 알아간다. 결과보다는 과정의 힘이 주는 아름다움을 믿는다.
좋아하는 것에 도달하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거기서 꾸준하게 나를 찾아내야 한다. 자신은 세상에서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용기 있는 사람이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모두의 마음 안에는 해낼 수 있는 커다란 잠재력을 씨앗처럼 가지고 있다. 그 씨앗을 터뜨릴 변화는 바로 내 안에서 이루어진다. 작은 것에 정성을 기울이고 차곡차곡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전문가 못지않은 혜안을 가지기도 하니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일들은 결코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닌 나를 차츰 디디고 서게 할 원료를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