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네요. 바람은 차갑고 매서워요. 코 끝에 시린 온도가 가득 고여요.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느라 나뭇잎을 온 힘으로 떨구고 있어요. 나무에 맺혔던 지난 계절의 열정을 차분하게 돌려보내고 있어요. 품어서 흙으로 돌아갈 인연들은 내년을 기약해요. 떨어진 잎마다 저마다의 빛깔이 아름다워서 시선이 내내 머물다 가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을 맞으며 보게 되는 지금을 잘 누려가 보자고 다짐하면서요.
지나는 길에 목련 나무에 그만 마음을 빼앗겨요. 생각지도 않던 앙상한 가지 끝에 뽀얀 솜털 같은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어요. 눈물방울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겨우내 살아갈 힘을 쏟아낼 온정이에요. 저마다 살아낼 방법이 있나 봐요. 나름의 법칙으로 일깨우고 살아가는 날들이 대견해요. 말은 못 하지만 때때로 보이는 자연에 숨겨진 이야기가 대단하다 느껴져요.
목련을 품은 조그만 솜털은 연하디 연하지만 강한 힘으로 다가와요. 겨우내 혹독함을 버틸 힘이 조그만 눈꽃 안에 들어 있네요. 또다시 일구어갈 새로운 세상을 피우기 위해 온 우주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나 봐요. 하얀빛, 자줏 빛으로 꽃이 피어 물들어질 봄을 그려 보아요. 그 순간 목련의 은은한 향기가 시린 코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요. 비어진 가지를 보듬고 이겨낼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꽃은 정녕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닌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