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펌을 하러 미용실에 왔어요. 곱슬머리라 매직세팅파마를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럴 때마다 저는 틈새 독서를 해요. 비단 미용실에 올 때뿐만 아니라 24시간의 하루동안 단 15분이라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문장 안에 놓인 구절은 나를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해요. 어떤 글귀는 슬픔이었다가, 기쁨이 되고 또 어떤 문장들은 아련한 추억에 빠지게 하고 또 어떤 날은 공감으로 벅찬 마음이 다해져요. 글을 따라 필사를 하기도 하지요.
미용실에서 머리를 말고 기다리는 시간은 결코 만만치 않아요. 가방에 미리 챙겨 온 책을 꺼내 기다리는 동안 페이지를 넘겨요. 미용실은 여러 사람이 모여 있고 각자 멋지고 예쁜 모습으로 변할 시간을 매만져요. 배경 음악은 크게 울리고 있고 공간마다 12월의 이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요. 같은 시간 안에 나는 책으로 소통해요. 오롯이 집중할 독서 시간을 드문드문 가져가는 이 시간이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 어차피 흘러갈 시간 안에 좋은 문장들을 만나가니 즐겁기만 하네요.
반 고흐의 편지를 담은 책을 읽어보아요. 반고흐가 즐겨하던 노란색 바탕의 책이지요. 여기에 그림의 열정이 녹아 있네요. 삶은 녹록지 않고 거칠고 가난하고 어렵고 힘들지만 긴긴 시간 자연을 노래하고 그려내던 온통의 마음을 살포시 만나가요. 무언가 지켜낸 그 마음은 그림을 통해 지금에 이르러 두고두고 그를 기릴 명화로기억되고 있네요. 그 시절의 사람들도 지금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관계 안에 놓인 서로 다른 입장이 분명하네요.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져요. 맞장구치는 말 따라 마음은 벅차고 풍성해져요. 현실의 힘든 상황에서도 놓칠 수 없어 마냥 좋기만 하여 그곳에 머무르도록 열정으로 다할 무언가를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생각해 보아요. 나 스스로의 보람과 안식이 고이 놓이도록요. 책을 읽다가 분명 현상이라는 같은 시간 안에 집중할 힘이 서로 다른 시간으로 흘러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해요. 같은 공간 안에 주변의 상황에 흔들림 없이 오롯이 내 시간으로 가져갈 틈새의 시간이 소중하기만 해요. 미용실에서 독서라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